전통적 주가 부양 수단인 액면분할의 효력이 떨어지고 있다. 분할 발표 당일 주가가 10% 넘게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장사의 액면분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고 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식분할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18곳이었다. 이 중 신주 상장이 완료된 곳은 12곳, 연내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 곳은 6곳이다.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포문을 연 뒤 에이피알, BYC, 아세아제지 등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 인카금융서비스, 동화기업 등이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격을 일정 비율로 쪼개는 것이다. 예를 들어 1 대 5로 분할을 결정했다면 주당 액면가는 5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낮아진 가격에 따라 주식 수가 늘어난다. 주당 가격 하락과 유통 주식 수 증가는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올 들어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는 이 같은 시장의 통념과 반대로 가고 있다. 올해 분할 신주 상장이 끝난 12개 기업 중 주가가 오른 기업은 전무하다. 이들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24%였다.

전문가들은 “실적 악화라는 악재 때문에 액면분할이 힘을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업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분할 공시일 이후 신주 상장을 위한 거래 정지 직전까지 125.58% 폭등했다. 이후 51.1% 꺾이며 주가가 원상 복귀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미용기기 업체 에이피알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와 함께 액면분할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12.26% 떨어졌다.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 실적 중요도를 10으로 놓고 보면 최근 액면분할의 주가 영향력은 1 정도”라며 “실적이 부실하다면 분할 자체가 ‘단타 싸움 이벤트’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