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배달기사는 근로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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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사 지휘·감독 안받아"
음식 배달기사(배달라이더)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배달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유무에 대한 첫 판결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배달의민족 등 배달라이더는 물론 이와 업무 형태가 비슷한 대리운전기사, 가사관리사 등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정현석)는 배달라이더 A씨와 A씨가 소속된 라이더 노동조합이 배달 플랫폼 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하며 B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가 부당해고의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였다. A씨는 B사와 2021년 5월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B사가 운용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배달콜’을 받는 위탁 라이더로 일해 왔다. B사 가맹점인 음식점 등이 B사 앱을 통해 배달을 요청하면 라이더가 ‘콜’을 받아 일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B사가 2021년 12월 A씨와 맺은 배달업무 위탁 계약을 해지하자 원고 측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만큼 부당해고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무리한 근로기준법 적용 플랫폼 산업 위축시킨다"
서울중앙지법은 배달라이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라이더가 어떤 배달 주문을 수행할지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회사가 라이더 A씨를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라이더가 업무 도중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점 △근무시간과 장소의 결정 권한이 라이더에게 있는 점 △오토바이 수리비,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직접 부담한 점 등도 근로자성이 없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라이더는 특정 회사에 얽매인 ‘전속성’이 없고, 다른 직업을 겸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으며, 계속 근무도 강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최근 나온 대법원의 ‘타다’ 판결과 상충해 상급심에서 뒤집힐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운송플랫폼 타다 소속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과 타다 판결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라이더가 원칙적으로 업무 수락 여부를 선택할 재량권을 지녔다고 본 점에서 타다 판결과 다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대법의 타다 판결 이후 플랫폼 종사자들은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판결로 근로자성 판단은 구체적인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보호 방식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에선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동일한 형태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경영계는 근로자로 인정하면 법적 규제가 심화해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도 이번 판결에서 “공유경제 출현으로 발생한 (새로운)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면 플랫폼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를 되레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논란은 배달라이더를 넘어 급증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배달업 종사자는 2019년 11만9626명에서 2022년 23만7188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곽용희/강경민/허란 기자 kyh@hankyung.com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가 부당해고의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였다. A씨는 B사와 2021년 5월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B사가 운용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배달콜’을 받는 위탁 라이더로 일해 왔다. B사 가맹점인 음식점 등이 B사 앱을 통해 배달을 요청하면 라이더가 ‘콜’을 받아 일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B사가 2021년 12월 A씨와 맺은 배달업무 위탁 계약을 해지하자 원고 측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만큼 부당해고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무리한 근로기준법 적용 플랫폼 산업 위축시킨다"
종속적인 근로 관계 성립 안돼…다른 직업·회사 겸업도 가능
서울중앙지법은 배달라이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라이더가 어떤 배달 주문을 수행할지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회사가 라이더 A씨를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라이더 임금, 회사가 결정 안 해”
A씨가 재판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 업체가 라이더들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무리한 묶음배달(여러 배달을 한꺼번에 하는 것)로 인한 과속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라이더들은 모두 동일 변수와 알고리즘 아래서 상호 경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임금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재판부는 이외에도 △라이더가 업무 도중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점 △근무시간과 장소의 결정 권한이 라이더에게 있는 점 △오토바이 수리비,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직접 부담한 점 등도 근로자성이 없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라이더는 특정 회사에 얽매인 ‘전속성’이 없고, 다른 직업을 겸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으며, 계속 근무도 강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최근 나온 대법원의 ‘타다’ 판결과 상충해 상급심에서 뒤집힐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운송플랫폼 타다 소속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과 타다 판결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라이더가 원칙적으로 업무 수락 여부를 선택할 재량권을 지녔다고 본 점에서 타다 판결과 다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대법의 타다 판결 이후 플랫폼 종사자들은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판결로 근로자성 판단은 구체적인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 필요하지만…”
이번 판결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내건 정부의 ‘노동약자 보호’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노동 형태인 플랫폼 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보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들에 대한 보호 방식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에선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동일한 형태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경영계는 근로자로 인정하면 법적 규제가 심화해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도 이번 판결에서 “공유경제 출현으로 발생한 (새로운)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면 플랫폼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를 되레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논란은 배달라이더를 넘어 급증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배달업 종사자는 2019년 11만9626명에서 2022년 23만7188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곽용희/강경민/허란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