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혼란을 창작안무로 표현한 Z세대 발레리나 고영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르웨이국립발레단원 고영서 인터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이하 해외무용스타 공연)'이 열렸다. 올해 21회째를 맞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무용수는 노르웨이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 고영서(24). 강수진 국립발레단장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거쳐온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 한국인으로서 수십년만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던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발레학교를 거쳐 2018년에 노르웨이국립발레단 종신단원이 된 그가 한국 바깥에서 생활한지도 꼬박 10년이다. 그는 이번 해외무용스타 공연에서 자신이 창작한 작품 <버드 랜드>로 무대에 올랐다.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패티 스미스가 부른 동명의 노래에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모나코, 노르웨이, 한국… . 나는 어디에도 속해있기 어렵다는 정체성 혼란이 왔죠. 그러다가 이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안무는 사회에 내가 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때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거든요." <버드 랜드>에서 고영서는 깍듯한 인사로 자신의 무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뭔가를 깨달은 듯 끊임없이 저항하고 탈피하려는 동작을 분출했다.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 같이 간절하게 출구를 찾는듯한 절박한 움직임도 이어졌다. 그의 몸짓에는 절박함과 진심이 묻어나왔다.
첫번째 안무작을 국내 무대에서 과감히 선보인 고영서는 도전의식이 가득한 Z세대 발레리나 그 자체였다. 인터뷰할 때 뉴욕양키스 로고가 새겨진 볼캡, 슬며시 보인 팔의 타투와 히메컷까지 착장에 개성이 넘쳤다. 그는 "발레리나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발레스타즈'라는 갈라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날 무용수들은 대부분 본인에게 익숙하고 자신있는 작품의 일부를 올렸는데, 그는 정반대였다. 노르웨이에서도 맡아 본적 없는 '지젤'을 선보인 것.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지젤이어서 도전했어요. 높은 도약이나 빠른 턴보다는 감정의 표현, 동작의 우아함 등 지젤을 통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많을 거 같아서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무용수들은 260여명에 이른다. 유명 발레단에서 주역을 맡을 수 있는 위치로 승급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린다. 그는 "넓은 세상에 나가면 경험할 수 있는 폭 자체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은 특히 시즌을 구성하는 레퍼토리가 고전발레, 네오클래식, 컨템퍼러리 발레 등 다양하다. 한 시즌당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100여회에 달한다. 또 유럽이라는 지형적 이점 때문에 독일, 영국 등 명망 있는 안무가들이 쉽게 찾아와 자신의 작품을 가르치면서 무용수를 '월드 클래스'에 걸맞게 성장시켜준다. "토슈즈를 신지 않아도 출 수 있는 춤, 그리고 발레를 기본으로 해서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컨템퍼러리 작품을 만날 수 있는게 해외 발레단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그가 선보인 창작물인 <버드 랜드> 역시 해외에서 무용수로서 배운 것들이 압축적으로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작품 속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연이 끝나지만, 저는 공연을 올리면서 제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찾은 느낌이 들어요. 나는 어느 틀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굳이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 것을요.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해원 기자
"모나코, 노르웨이, 한국… . 나는 어디에도 속해있기 어렵다는 정체성 혼란이 왔죠. 그러다가 이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안무는 사회에 내가 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때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거든요." <버드 랜드>에서 고영서는 깍듯한 인사로 자신의 무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뭔가를 깨달은 듯 끊임없이 저항하고 탈피하려는 동작을 분출했다.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 같이 간절하게 출구를 찾는듯한 절박한 움직임도 이어졌다. 그의 몸짓에는 절박함과 진심이 묻어나왔다.
첫번째 안무작을 국내 무대에서 과감히 선보인 고영서는 도전의식이 가득한 Z세대 발레리나 그 자체였다. 인터뷰할 때 뉴욕양키스 로고가 새겨진 볼캡, 슬며시 보인 팔의 타투와 히메컷까지 착장에 개성이 넘쳤다. 그는 "발레리나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발레스타즈'라는 갈라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날 무용수들은 대부분 본인에게 익숙하고 자신있는 작품의 일부를 올렸는데, 그는 정반대였다. 노르웨이에서도 맡아 본적 없는 '지젤'을 선보인 것.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지젤이어서 도전했어요. 높은 도약이나 빠른 턴보다는 감정의 표현, 동작의 우아함 등 지젤을 통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많을 거 같아서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무용수들은 260여명에 이른다. 유명 발레단에서 주역을 맡을 수 있는 위치로 승급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린다. 그는 "넓은 세상에 나가면 경험할 수 있는 폭 자체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은 특히 시즌을 구성하는 레퍼토리가 고전발레, 네오클래식, 컨템퍼러리 발레 등 다양하다. 한 시즌당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100여회에 달한다. 또 유럽이라는 지형적 이점 때문에 독일, 영국 등 명망 있는 안무가들이 쉽게 찾아와 자신의 작품을 가르치면서 무용수를 '월드 클래스'에 걸맞게 성장시켜준다. "토슈즈를 신지 않아도 출 수 있는 춤, 그리고 발레를 기본으로 해서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컨템퍼러리 작품을 만날 수 있는게 해외 발레단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그가 선보인 창작물인 <버드 랜드> 역시 해외에서 무용수로서 배운 것들이 압축적으로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작품 속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연이 끝나지만, 저는 공연을 올리면서 제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찾은 느낌이 들어요. 나는 어느 틀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굳이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 것을요.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