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왼쪽)과 장갑석 감독이 감격의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왼쪽)과 장갑석 감독이 감격의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사격 대표팀의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행진을 지휘하고 있는 장갑석 총감독(64)이 중요한 경기마다 들고다니는 것이 있다.

장 감독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권총 경기가 끝난 뒤 가방을 주섬주섬 열었다. 장 감독의 가방에서 나온 건 넥타이였다. 이날 25m 권총 결선 경기에 출전해 슛오프 접전 끝에 프랑스 선수를 따돌리고 이번 대회 한국 사격에 3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양지인(21·한국체대)의 메달 색과 비슷한 금빛이었다.

다만 장 감독의 넥타이는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얼룩도 있었다. 장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계속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넥타이"라고 사연을 소개했다.

2010년 당시 대한사격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이었던 장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그 넥타이를 매고 경기장에 나갔다고 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사격은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1986년과 2002년, 2014년까지 세 차례 국내에서 치른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장 감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정 전 (사격연맹) 회장님께도 광저우에서 '금색 넥타이를 매고 오시라'고 말씀드린 게 기억난다. 그래서 함께 금빛 넥타이를 매고 다니며 우리 선수들 금메달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14년 전 함께 사격장을 누비며 금메달에 기뻐했던 김 전 회장은 떠나고, 낡은 금빛 '부적' 넥타이만 장 감독의 가방에 추억을 담고 잠들어 있다. 장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좋은 기운이 있는 넥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회만 있으면 이렇게 가방에 갖고 다닌다"며 씩 웃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연일 낭보를 전하는 한국 사격 부활의 배경 가운데 한 명은 장 감독이다. 한국체대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아 정년퇴임을 앞둔 장 감독은 워낙 사격계에 제자가 많아 '감독들의 감독'이라고 불린다.

장 감독은 한국 사격을 위해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대표팀을 지도하는 중이다. 선수들에게 때로는 무서운 호랑이 감독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선수들을 보호하는 마음 따뜻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