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토 타츠루와 프랑스 테디 리네르의 유도 혼성 단체전 경기/사진=AFP
일본 사이토 타츠루와 프랑스 테디 리네르의 유도 혼성 단체전 경기/사진=AFP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의 '골든스코어'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일본에서 공정성 의혹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일본 유도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결승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에 3-4로 패배했다. 앞서 도쿄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혼성 단체전은 도쿄 올림픽에서 신설됐다. 남자 3체급(73㎏급, 90㎏급, 90㎏초과급)과 여자 3체급(57㎏급, 70㎏급, 70㎏초과급) 등 총 6명이 출전해 먼저 4승을 따내면 승리하는 방식으로 동점이 나올 경우 디지털 룰렛 방식으로 마지막 대결 체급을 고른다.

일본은 이 경기 3-1까지 앞서 나가면서 금메달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3-3까지 따라잡혔다. 이후 진행된 골든스코어에서 90kg+급으로 결정됐고 90kg+급 사이토 타츠루는 100kg+급의 테디 리네르와 맞붙었다.

리네르는 현재 유도 100kg 이상 체급에서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힘과 기술 모두 뛰어날 뿐 아니라 203cm의 큰 신장으로 상대 선수를 압도한다는 평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인 종목에서는 한국의 김민종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리메르는 일본과의 결승 마지막 경기에서 안다리후리기로 승리를 따냈다.
일본을 상대로 승리한 후 포효하는 프랑스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사진=REUTERS
일본을 상대로 승리한 후 포효하는 프랑스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사진=REUTERS
일본 스포츠 전문지 도쿄스포츠 등 현지 매체들이 유도 결과를 보도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뿐 아니라 일본 대표 포털 야후 재팬 등에도 디지털 룰렛 방식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주최국인 프랑스에서 의도적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90㎏ 이상급 대진이 나왔다는 게 일본 유도 팬들의 주장이다. 사람이 직접 뽑는 방식이 아닌, 화면에 룰렛 그래픽을 띄워 돌리면서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

일본 SNS와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에는 "이렇게 조작된 경기가 허용되는가", "올림픽이 형편없다", "왜 일본이 개최국에게 져야 하나" 등 반감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골든 스코어 연장전 추첨은 도쿄 올림픽에서부터 있었다는 점에서 일본 몇몇 유도 팬들의 과도한 반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은 골든스코어에서 안바울이 한 체급 위 선수와 겨루게 된 불리한 상황에서도 독일 대표팀을 꺾고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동체급 끼리 겨뤄 진 건데, 일본의 반응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일본은 유도 종주국이라며 일본 선수가 패하면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일 김민종은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 이상급 준결승에서 일본의 사이토 다쓰루를 상대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둔 후에도 승리의 세리머니를 두고 일본 매체 히가시스포웹은 "아무리 기뻐도 유도가 중시하는 '예의로 시작해 예의로 끝난다'는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정신이 훼손된 행동"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국 선수가 패배한 울분을 딴 것으로 트집 잡는 행위일 뿐"이라며 "이런 기사를 만드는 자체가 추하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