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인이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지인이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도 열심히 도전하겠습니다. 이곳이 저의 시작이라고 봐주세요.”

양지인(21)은 2024 파리올림픽 한국 사격 세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된 뒤 이렇게 말했다. 세계랭킹 2위인 그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금메달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밝혔다.

양지인은 이날 결선 초반부터 1위로 치고 나갔으나, 경기 막판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카미유 제드르제브스키(프랑스)의 맹추격으로 동점을 허용한 채 10시리즈 사격을 마쳤다. 슛오프 끝에 4-1로 승리한 양지인은 “슛오프 가서 엄청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그게 헛되지 않도록 했다”고 돌아봤다.

양지인이 처음 사격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남원하늘중 재학 시절 수행평가로 사격을 경험한 후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8년에는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공기권총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쏠 때마다 ‘탕탕’하는 소리가 주는 쾌감을 느꼈다”는 양지인은 서울체고 재학 중 25m 권총으로 주 종목을 바꿨다. 권총은 10m 종목까지 공기권총을 사용하고, 25m는 화약총을 쏜다.

주 종목 변경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후 태극마크까지 달게 된 양지인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고, 이번 대회에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양지인은 “너무 긴장해 경기장 나오는 데 속이 안 좋았다”며 “심장이 너무 떨려 ‘이게 올림픽이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에 태극기를 올려 정말 기쁘다”며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됐는데, 태극기가 올라가니까 싹 씻겨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양지인의 금메달로 한국 사격은 여자 공기권총 금메달 오예진(19),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 반효진(16), 여자 공기권총 은메달 김예지(32), 공기소총 혼성 은메달 박하준-금지현(이상 24)에 이어 이번 대회 다섯 번째 메달(금 3·은 2)을 획득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