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美 경기침체 우려와 빅테크 주가 거품론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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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고평가 부담 속
2분기 AI 실적 부진까지
성장성 의심받기 시작
최근 급등한 엔비디아
30년전 시스코 데자뷔
Fed, 9월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확신이라면
'증시 빙하기' 올 수도
2분기 AI 실적 부진까지
성장성 의심받기 시작
최근 급등한 엔비디아
30년전 시스코 데자뷔
Fed, 9월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확신이라면
'증시 빙하기' 올 수도
지난주 금요일 코스피지수가 하루에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올 들어 한국 증시를 지탱해 온 외국인 투자자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을 내다 팔면서 낙폭을 키웠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내 3000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한국 주식이 유망하다는 추천이 유난히 많았던 만큼 코스피지수 폭락의 체감적인 충격은 더 컸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주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증시를 이끌어 온 빅테크 기업 주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갓난 아이가 불안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비유된 증시)를 보여왔다. 빅테크 기업의 변동성 지수 상승폭은 공포지수(VIX)의 2배를 웃돌았다. 빅테크 기업 주가를 주도한 엔비디아 변동성 지수의 오름폭은 VIX의 3배에 달했다. 워블링 장세 이후 빅테크 기업 주가의 향방은 두 갈래 중 하나를 택할 전망이다. 하나는 덤핑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순간 폭락하는 경우(flash crash)다. 다른 하나는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경우(sky rocketing)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증시의 궤적을 보면 전자와 후자 간 갈림길에서는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기적으로 빅테크 기업 주가가 폭락한 것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이 확정돼 빅테크 기업 주가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외에는 어느 하나 확정된 것이 없었다.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50’을 밑돈 것으로 나왔다. 월별지수인 PMI가 3개월 이동 평균으로 50 아래를 나타내면 경기가 침체한 것으로 평가된다. 곧이어 7월 실업률이 비교적 높은 4.3%로 나와 경기 침체 우려를 확인시키자 빅테크 종목을 비롯한 미국 업체 주가가 폭락했다.
빅테크 기업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종전의 주가 평가 잣대로 고평가된 지 오래됐다. 매출액 대비 주가 비율(PSR), 무형자산 대비 주가 비율(PPR), 꿈 대비 주가 비율(PDR)과 같은 새로운 주가 평가 잣대로 미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세가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PER, PBR로는 고평가를 넘어 거품이 우려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2분기 빅테크 기업 실적 발표를 계기로 PSR도 의심받기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 주가를 이끌던 인공지능(AI) 부문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AI 부문의 매출액이 투자액 대비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와 1970년대, 1980년대에 이어 제3의 빙하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PPR과 PDR은 순응성(procyclicality)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빅테크 기업 주가가 잘나갈 때는 무형자산의 미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돼 정점(peak)이 더 높아진다. 역으로 최근처럼 빅테크 기업 주가가 떨어질 때는 미래 잠재가치 무용론이 제기돼 저점(trough)이 더 낮아진다.
월가의 관심은 빅테크 기업 주가를 이끌어 온 엔비디아가 과연 시스코시스템스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폭락 직전까지 엔비디아 투자자는 ‘작위 후회’(action regret)가 ‘부작위 후회’(inaction regret)를 압도했다. 전자는 엔비디아 주식 매입 후 주가가 하락해 후회하는 현상을, 후자는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사지 않아 후회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30년 전 인터넷으로 촉발된 정보기술(IT) 전성시대의 선두 주자인 시스코시스템스가 되살아난 듯한 분위기였다. 당시 시스코 주가는 폭락하기 직전까지 2년간 600% 넘게 올랐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지금 엔비디아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
빅테크 기업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금리 인하가 경기가 받쳐주는 여건에서 물가 통제의 결과라면 호재다. 하지만 물가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우려를 확인시킨다면 대형 악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미국 빅테크 종목이 하락하자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가 디커플링 관계라는 판단으로 한국 주식을 추천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가 오를 때 한국 투자자의 이탈로 한국 기업의 주가가 따라가지 못했듯이,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가 떨어질 때 한국 기업의 주가는 더 하락하는 일반적 커플링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주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증시를 이끌어 온 빅테크 기업 주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갓난 아이가 불안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비유된 증시)를 보여왔다. 빅테크 기업의 변동성 지수 상승폭은 공포지수(VIX)의 2배를 웃돌았다. 빅테크 기업 주가를 주도한 엔비디아 변동성 지수의 오름폭은 VIX의 3배에 달했다. 워블링 장세 이후 빅테크 기업 주가의 향방은 두 갈래 중 하나를 택할 전망이다. 하나는 덤핑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순간 폭락하는 경우(flash crash)다. 다른 하나는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경우(sky rocketing)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증시의 궤적을 보면 전자와 후자 간 갈림길에서는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기적으로 빅테크 기업 주가가 폭락한 것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이 확정돼 빅테크 기업 주가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외에는 어느 하나 확정된 것이 없었다.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50’을 밑돈 것으로 나왔다. 월별지수인 PMI가 3개월 이동 평균으로 50 아래를 나타내면 경기가 침체한 것으로 평가된다. 곧이어 7월 실업률이 비교적 높은 4.3%로 나와 경기 침체 우려를 확인시키자 빅테크 종목을 비롯한 미국 업체 주가가 폭락했다.
빅테크 기업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종전의 주가 평가 잣대로 고평가된 지 오래됐다. 매출액 대비 주가 비율(PSR), 무형자산 대비 주가 비율(PPR), 꿈 대비 주가 비율(PDR)과 같은 새로운 주가 평가 잣대로 미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세가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PER, PBR로는 고평가를 넘어 거품이 우려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2분기 빅테크 기업 실적 발표를 계기로 PSR도 의심받기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 주가를 이끌던 인공지능(AI) 부문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AI 부문의 매출액이 투자액 대비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와 1970년대, 1980년대에 이어 제3의 빙하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PPR과 PDR은 순응성(procyclicality)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빅테크 기업 주가가 잘나갈 때는 무형자산의 미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돼 정점(peak)이 더 높아진다. 역으로 최근처럼 빅테크 기업 주가가 떨어질 때는 미래 잠재가치 무용론이 제기돼 저점(trough)이 더 낮아진다.
월가의 관심은 빅테크 기업 주가를 이끌어 온 엔비디아가 과연 시스코시스템스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폭락 직전까지 엔비디아 투자자는 ‘작위 후회’(action regret)가 ‘부작위 후회’(inaction regret)를 압도했다. 전자는 엔비디아 주식 매입 후 주가가 하락해 후회하는 현상을, 후자는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사지 않아 후회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30년 전 인터넷으로 촉발된 정보기술(IT) 전성시대의 선두 주자인 시스코시스템스가 되살아난 듯한 분위기였다. 당시 시스코 주가는 폭락하기 직전까지 2년간 600% 넘게 올랐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지금 엔비디아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
빅테크 기업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금리 인하가 경기가 받쳐주는 여건에서 물가 통제의 결과라면 호재다. 하지만 물가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우려를 확인시킨다면 대형 악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미국 빅테크 종목이 하락하자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가 디커플링 관계라는 판단으로 한국 주식을 추천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가 오를 때 한국 투자자의 이탈로 한국 기업의 주가가 따라가지 못했듯이,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가 떨어질 때 한국 기업의 주가는 더 하락하는 일반적 커플링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