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아트센터에서 발레리나 고영서가 공연을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본인 제공
지난 3일 서울아트센터에서 발레리나 고영서가 공연을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본인 제공
“모나코, 노르웨이, 한국…. 나는 어디에도 속해있기 어렵다는 정체성 혼란이 왔죠. 그러다가 이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만난 발레리나 고영서(24)는 자신의 첫 번째 안무작 ‘버드랜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영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거쳐온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 한국인으로서 수십 년 만에 입학해 화제를 모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발레학교를 거쳐 2018년 노르웨이국립발레단 종신단원이 된 그가 한국 바깥에서 생활한 지 꼬박 10년이다. 그는 이번 해외무용스타 공연에서 자신이 창작한 ‘버드랜드’로 무대에 올랐다.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패티 스미스가 부른 동명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버드랜드’에서 고영서는 깍듯한 인사로 자신의 무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뭔가를 깨달은 듯 끊임없이 저항하고 탈피하려는 동작을 분출했다.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 같이 간절하게 출구를 찾는 듯한 절박한 움직임도 이어졌다. 그의 몸짓에서는 절박함과 진심이 묻어나왔다.

첫 번째 안무작을 국내 무대에서 과감히 선보인 고영서는 도전의식이 가득한 Z세대 발레리나 그 자체였다. 인터뷰할 때 뉴욕양키스 로고가 새겨진 볼캡, 슬며시 보인 팔의 타투와 히메컷까지 착장에 개성이 넘쳤다. 그는 “발레리나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고영서는 지난달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발레스타즈’라는 갈라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날 무용수들은 대부분 본인에게 익숙하고 자신 있는 작품의 일부를 올렸는데, 그는 정반대였다. 노르웨이에서도 맡아 본 적 없는 ‘지젤’을 선보인 것.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지젤이어서 도전했어요. 높은 도약이나 빠른 턴보다는 감정의 표현, 동작의 우아함 등 지젤을 통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