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지연 사태 여파로 티몬과 위메프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오픈마켓을 비롯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200만 명을 웃돌던 티메프의 하루활성이용자(DAU)가 불과 20일 만에 60% 이상 급감하자 ‘탈(脫)티메프족’을 잡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G마켓과 네이버쇼핑, 쿠팡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脫티메프족' G마켓·네이버로 몰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G마켓의 하루 트래픽이 전월 대비 최대 15% 늘면서 여행 상품·항공권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달 25~31일 G마켓의 여행 상품·항공권 판매 건수는 한 달 전보다 85%나 급증했다. 티메프에서 이탈한 여행상품 수요가 대부분 G마켓으로 이동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티메프와 운영 방식이 비슷한 G마켓이 당분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G마켓과 티메프는 같은 오픈마켓인 데다 특정 카테고리의 여러 상품을 묶어 할인하는 ‘딜 프로모션’을 펼친다는 점이 비슷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마켓은 구매 결정 다음 날 정산해 주고, 신세계그룹 계열사여서 재무 건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G마켓의 DAU는 증가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DAU는 정산 지연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9일 각각 120만 명, 80만 명이었지만 불과 20일 만에 60% 이상 급감해 38만 명, 29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1번가,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DAU도 소폭 감소했지만, G마켓은 유일하게 111만 명에서 116만 명으로 4%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는 양대 e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쇼핑과 쿠팡으로 탈티메프족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매자와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1, 2위 e커머스로 쏠리면서 양강 구도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네이버쇼핑이 티메프의 알짜 판매자들을 대거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쇼핑은 2022년 기준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42%를 점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5일 낸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연 7조원 수준의 총거래액(GMV)이 경쟁 오픈마켓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국내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인 네이버로 2조5000억원 이상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직매입 비중이 큰 쿠팡도 이용자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오픈마켓의 정산 및 환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매입한 뒤 판매하는 사업 방식이 더 안정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e커머스업계는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추후 여행상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티몬·위메프의 기존 고객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