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60%는 실적발표 직전보다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고점 논란과 맞물려 AI 관련주와 반도체 대형주 등이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호황 사이클을 탄 조선주는 실적과 주가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6곳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57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34개사(59.6%)는 2일 종가가 실적 발표 직전일보다 낮았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가장 크게 넘어선 곳은 한화시스템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98억원으로 컨센서스(443억원)를 80.2% 웃돌았다. 반면 회사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4일 만에 13% 가까이 떨어졌다.

대규모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주와 투자자의 기대가 쏠렸던 AI 수혜주도 실적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겪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는 실적 발표 후 현재까지 주가가 각각 6%, 17%, 15% 내렸다. AI 수혜주인 LS일렉트릭도 2분기 컨센서스를 초과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1주일 새 35% 급락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는 실적과 주가 모두 순항하고 있다. HD현대 3개사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반기 조선업 슈퍼 사이클 전망까지 맞물리면서 실적 발표 이후 HD현대중공업은 19%, HD한국조선해양은 7%, HD현대미포는 11% 급등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