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순위 조작에 칼 뺀 공정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서비스의 ‘알고리즘’에 주목하고 있다. 특정 상품이 소비자 눈에 더 잘 띄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했다며 2020년 네이버쇼핑, 올해 6월 쿠팡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e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자 공정위는 해당 업체의 핵심 기술인 알고리즘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쿠팡에 14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의결서를 보낼 예정이다. 지난 6월 공정위는 쿠팡이 자체브랜드(PB)·직매입상품을 임의로 검색 상단에 노출했다며 유통업계 역대 최고 과징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의결서를 받아본 뒤 행정소송 등 대응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쟁점 중 하나는 ‘쿠팡랭킹’으로 대표되는 알고리즘이다.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기본적으로 랭킹순에 따라 상품이 정렬된다. 쿠팡은 이 랭킹이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쿠팡랭킹은 소비자 선호도를 기반으로 하는데, 값싸고 질 좋은 PB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알고리즘이 자사 상품을 더 많이 노출하기 위한 ‘순위 조작’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특정 상품에 순위 점수를 가중 부여하거나,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렸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e커머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칼날을 겨눈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조작해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순위를 내리고, 제휴 쇼핑몰의 노출 빈도를 높였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정위 처분을 그대로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 플랫폼 알고리즘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에서 e커머스 매출은 오프라인을 추월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목을 덜 받아온 온라인 유통의 규제가 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