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입주 물량 부족 등으로 1년2개월째 올랐다. 4일 고가 전세와 매물 정보로 채워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중개업소 게시판을 한 주민이 보고 있다.  최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입주 물량 부족 등으로 1년2개월째 올랐다. 4일 고가 전세와 매물 정보로 채워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중개업소 게시판을 한 주민이 보고 있다. 최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2개월째 오른 가운데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량 품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동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입주 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새 아파트가 귀해지면서 서초구, 서대문구 등에선 전세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4년 차를 맞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도 전세시장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4년 전 가격에 눌려 있던 계약갱신 만료 물건이 쏟아지는 만큼 전셋값 강세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대문구 전세 75%가 ‘상승 거래’

서울 전셋값, 1년새 3300만원 '껑충'…신축 대단지 30억 육박도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4425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억1145만원)보다 3280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올해 상반기(1~6월)와 지난해 하반기(7~1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를 비교한 결과, 상반기 전체 거래(7만1321건) 가운데 65%(4만6290건)가 직전 전세보증금보다 높은 ‘상승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 거래’는 2만467건으로,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보증부 월세 제외) 계약이 한 건이라도 체결된 경우 최고 거래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대문구가 상승 거래 비중이 75%에 달해 가장 높았다. 동대문구·도봉구(72%), 서초구·은평구(71%), 용산구(69%) 등이 뒤를 이었다. 하반기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강동구에서도 전체 전세 계약의 53%가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세입자를 구했다.

신축 대단지에선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뷰’ 전용면적 93㎡는 지난달 최고가인 2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는 지난 6월 최고가인 28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촌동 ‘LG한강자이’ 전용 170㎡도 1년 전보다 5억5000만원 오른 전세보증금 25억원에 새 임차인을 구해 신고가 기록을 썼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59㎡는 지난달 24일 9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2022년 5월 기록한 같은 면적 최고 전셋값(9억4000만원)에 바짝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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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강동구 몰려

연내 서울에선 1만8689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하지만 전세 품귀를 해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서울 적정 입주 수요(월 4000건)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물량의 72.8%가 강동구(1만3603가구)에 몰려 있어서다.

다음달 집들이를 앞둔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와 오는 11월 입주를 준비 중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같은 동에 준공되는 ‘더샵둔촌포레’(572가구) 등이 강동구에 있다. 용산구, 동대문구, 성동구 등은 올해 입주 물량이 ‘제로(0)’다. 마포구, 종로구, 금천구, 노원구, 중구 등은 내년까지 입주가 예정된 물량이 한 건도 없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지역의 전셋값은 일부 조정받을 수 있지만 서울 대부분 지역은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며 “올해 입주 물량 중 상당수는 3년 유예된 실거주 의무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폐지 논의가 이어지는 임대차 2법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법 4년을 맞아 수급 불균형이 심해져 전셋값이 뛰고 있다”며 “세입자 주거권을 강화하기 위해 임대차법을 도입했지만 이로 인해 전셋값이 과열돼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김소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