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치솟는 서울 전셋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빌라(연립·다세대주택)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해 아파트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른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빌라·오피스텔 전세사기(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활성화해 세입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민간임대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단독·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전세 거래는 9163건으로, 5월(1만846건)보다 1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불거진 빌라·오피스텔 등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공포가 확산해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20·30대가 빌라와 오피스텔 대신 비싼 아파트 전세를 찾다 보니 전세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설상가상으로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해 전세난을 가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비아파트 주택 인허가는 1523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580건)에 비해 59.0% 줄어들었다. 비아파트 착공은 1988건, 준공은 346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0%, 60.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풍부한 도심에 비아파트를 공급해 아파트 대체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5년 이상 걸리지만, 비아파트는 2년 이내 등 비교적 단기에 공급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기간이 짧은 도심 비아파트를 공급하면 임대차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100가구 이상의 주택을 20년 이상 임대 운영하는 민간임대주택이다.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내로만 올릴 수 있어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