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셰브런이 본사를 캘리포니아주에서 텍사스주로 옮긴다. 셰브런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캘리포이나주 샌라몬에 있는 본사를 향후 5년에 걸쳐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셰브런은 140년 넘게 캘리포니아를 본거지로 삼아왔다. 텍사스는 미국 에너지 생산의 중추 지역이자 에너지 물류 허브로, 셰브런의 최대 경쟁사 엑슨모빌도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다만 셰브런의 본사 이전에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주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강도 높은 탄소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캘리포니아와 에너지 정책에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여러 정책이 비용을 높이고 투자를 저해해 결국 캘리포니아 경제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지난해 셰브런과 엑슨모빌, 셸 등을 상대로 “대형 석유 회사들이 화석연료 연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워스 CEO는 “세계적 문제인 기후위기는 법원에서 다툴 게 아니라 국가와 글로벌 정책 참여를 통해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오라클과 휴렛팩커드, 팰런티어, 테슬라가 텍사스 콜로라도 등으로 옮겼고 X(옛 트위터)와 스페이스X도 이전 계획을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