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지원 의사를 밝힌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비난을 쏟아낸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사의를 표했다.

4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수해 지원 제안과 관련해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 지역의 인명 피해가 1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구조 임무 수행 중 여러 대의 직승기(헬리콥터)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또 김정은이 “어떻게 하나 우리를 깎아내리고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하자고 악랄한 모략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쓰레기들의 상습적인 버릇과 추악한 본색을 신랄히 지탄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발언은 한국 언론 보도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수해 지원 자체에 대한 거절 의사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난 3일 푸틴 대통령의 위로 서한에 대해 김정은은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수해를 복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