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180도 달라졌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금리인하 파월 파이팅! AI 만세 이런 분위기였는데요. 지난 주 수요일 FOMC가 열리고 목요일과 금요일 시장이 급속하게 리스크 온 분위기에서 리스크 오프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위험을 감내하고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한 투자를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지난 2일 전 세계 증시를 보면.. 시뻘겋네요. 연초 대비해서 보면 미국과 인도, 일부 유럽증시가 여전히 나쁘지 않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달 들어 상승분을 꽤 토해낸 결과입니다.
180도 달라진 시장..피벗기 투자법은[이상은의 워싱턴나우]
◆180도 달라진 지표 읽는 법

갑자기 낯선 세상이 열린 것 같습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어땠냐면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좋게 해석했습니다. PMI가 나빠? 좋아! 금리인하 할 거 같아. CPI가 나빠? 좋아! 금리인하 할 것 같아.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이런 거꾸로 독법이 끝날 때가 왔습니다. PMI가 나빠? 안 좋네! CPI가 나빠? 안 좋네! 이런 때가요.

분위기 반전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7월 FOMC가 끝나고 나온 지표에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FOMC가 열렸던 수요일 시장은 사실 괜찮았습니다. 증시도 올랐고요. 문제는 목요일과 금요일이었습니다. 7월 ISM 제조업지수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요. 금요일에는 실업률이 예상보다 훨씬 나쁜 4.3%로 나오면서 충격이 크게 왔죠. 시장은 4.1%를 예상했는데요.

FOMC가 특별히 한 것은 없습니다. 금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게 없어서가 아니고 안 한 게 있다는 것이 시장에서는 Fed를 비난할 거리가 됐습니다. 9월이 아니라 7월에 인하를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인하한다, 인하한다 말로 여러 번 약속은 해 줬지만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뻐꾸기만 열심히 날리다가 연애는 제대로 못하고 깨졌다 책임져 그런 분위기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선제 인하론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목소리가 작았죠. 그런데 목요일 시장이 확 냉각되고 침체가 거론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이럴 줄 알았어” 하면서 파월에게 책임을 돌리는 상황입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갔느냐 아니냐를 놓고 미국 내에서는 굉장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침체론자들은 ISM 제조업 고용지수가 49.3에서 43.4가 됐는데, 이게 왜 별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지표 계속 나오면 침체 확실하다는 겁니다. 2020년 팬데믹 직후 같은 때를 빼고 2021년 이후 이 지표를 보면 꾸준히 내리막을 그리고 있고, 지난 1일 나온 지표는 굉장히 도드라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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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의견이 과도하다는 반박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지표들을 보면 아직 상황이 혼재되어 있고 이것만 가지고 침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삼의 법칙입니다. 앞서 정인설 특파원도 여러 차례 얘기했습니다만 최근 월가의 관심 중 하나인데요. 최근 실업률의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서 12개월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기의 맨 앞에 들어서 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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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의 법칙을 만든 클라우디아 삼 박사 본인은 이번 실업률 발표로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고 정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분도 그렇고 제롬 파월 의장도 삼의 법칙이 무슨 경제규칙은 아니고 그냥 역사적으로 그런 규칙성이 있었다는 정도이며, 그것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건 아니다, 규칙은 깨질 수 있고 아직 침체라고 단정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질문은 이거죠. 아니 그럼 왜 만들었어요? 삼 본인이 이걸 만든 이유는 블로그에 여러가지로 잘 정리를 해 뒀습니다. 침체는 고통스럽고,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침체라는 생각이 들 때 빨리 돈풀기 정책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하기 위한 알람장치 같은 거라는 겁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돈을 쏘세요!

근데 돈 쏘는 데 쓰라고 했지 이걸로 침체에 들어갔다 아니다 하면 안된다 그건 닭이 새벽을 불러온다는 것과 비슷한 생각이라는 거죠. 파월도 FOMC 기자회견에서 딱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거는 역사적 규칙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침체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는 거죠.

클라우디아 박사도 굉장히 연준 사람처럼 말하긴 하는데 같은 말이지만 파월보다 훨씬 젊고 경쾌합니다 블로그 보시면 막 밈도 넣어가면서 아주 편안하게 글을 적고 있습니다. 아무튼 본인은 이 법칙을 가지고 온 세상 사람들이 왈가왈부하게 되자 “내가 괴물을 낳았다”고 블로그에 적었습니다. 2022년에 적은 건데 지금은 더 한탄하고 있겠네요. 삼 법칙에 자기 이름이 붙어서 다니는 게 창피했는데 동료가 “남자들은 다 그렇게 하고 싶어할걸 그냥 그렇게 해” 그래서 그런가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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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파월이나 삼이 전반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 침체라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삼 박사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찬찬히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경기 부양책이 아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일자리가 크게 증가하고 가계 소득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하고, 현재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파월도 삼도 모두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 경기 냉각 국면이라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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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실기를 했다면, 파월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일이 됩니다. 금리를 뒤늦게 낮추면 별 효과가 없다는 역사적인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물가와 고용의 하모니를 이뤄낸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질질 끌면서 너무 튕기다가 버스를 놓치게 될 것인가 지금 갈림길에 서 계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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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아메리카라는 데에서도 삼의 법칙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실업률이 1%포인트 이상 오르면, 그 다음 해에도 1%포인트 실업률 상승이 뒤따르는 규칙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요즘 AI 덕분에 과거 데이터에서 어떤 규칙성을 찾아내기가 훨씬 쉬워졌기 때문에 요런 종류의 규칙 발견이 계속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과거에 그랬다가 꼭 지금 그렇다는 아닐 수 있는 것이고, 그래도 수정구슬한테 물어보는 것보다는 규칙을 찾는 게 더 도움은 될 것 같습니다.
◆변동성 커지는 장세.. 분위기 급반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주는 굉장히 변동성이 큰 한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주에 포트폴리오를 한번 조정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번 주 시작하기 전에 어느 대목에서 투자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꼭 한 번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그랬듯이 분위기가 굉장히 급반전할 수 있어서, 타이밍을 놓치기도 쉬운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시장은 지금 미국 경제가 침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로에 있습니다. 지표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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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5일에는 미국 공급관리협회 ISM이 내놓는 7월 서비스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그리고 S&P글로벌이 발표하는 서비스업 PMI가 각각 발표됩니다. S&P글로벌은 민간 부문 중심의 수치이고 ISM은 공공부문까지 포함하는 수치인데 ISM 쪽이 좀 더 주목을 받습니다.

ISM PMI는 지난 6월 수치는 48.8로 전망치(52.6)에 크게 못 미쳤고 17개월만에 경기가 축소국면에 들어섰다는 시그널을 줬습니다. 한국시간 5일 밤 11시에 발표됩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입니다. S&P글로벌이 집계한 PMI도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옵니다.

그리고 8일에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나올 텐데요. 올 들어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몇주간에는 예측지보다 높았다 낮았다를 반복했는데, 이번에 예측치(24만5000건)보다 많이 높게 나올 경우에는 이것도 고용시장 냉각의 징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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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흐름 읽어야 할 때

결국 지금이 침체의 초입이냐 여부에 대한 판단을 계속 요구받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금 상황을 침체라고 봐야 할까요? 저는 조심스럽습니다. 삼 박사는 실업률을 잘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삼 법칙의 핵심 메시지라고 했는데요,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실업률을 잘 봐야 하고, FOMC가 이제 인하를 해야 할 때라는 판단도 맞다고 봅니다.

최근 시장 분위기는 연준이 연말까지 0.75~1%포인트 정도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피벗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립금리 레벨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요. 지금은 너무 제약적이라는 판단은 맞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10년물, 2년물 국채 금리가 FOMC 이후에 더 빠르게 떨어진 것이고요.

그러나 7월에 인하를 시작했더라면 침체가 오지 않고 9월에 오면 침체가 온다는 것은 아니고 침체란 그보다도 더 바닥에서부터 시작되는 소식이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의 한 이코노미스트가 소비와 고용은 후행이고 가장 앞단에는 기업의 투자가 있다는 의견을 게시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상당히 동의가 됐습니다.

지금의 AI 붐이 과도한 쏠림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좋다 해도 조정을 받을 여지가 크고, 그러다 보면 당분간은 그동안 봐 왔던 가즈아 마켓이라기보다는 왔다갔다 하는 장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건대 이 시기가 거대한 침체기의 진입부였냐 아니냐 그 판단 자체는 나중에 알게 될 것입니다. 그걸 엄밀하게 분류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몫이고,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참고하되 시장의 흐름을 잘 포착하는 게 중요하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다만 변동성이 커진 장세이므로 투자는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보수적으로 하셔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적 발표도 이어집니다. 일단 6일에는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 실적이 나옵니다. 미국 산업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것도 침체 관련해서 크게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 육류 가공업체 타이슨푸드,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에어비앤비, 우버의 실적도 공개됩니다. 인공지능(AI) 수혜 종목으로 주목받은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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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의 약진, 흥미진진 美 대선

미국 대선도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공식 확정됐고요. 흑인 여성이 미국 주요 정당(민주·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된 첫 사례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즉각 ‘러닝메이트’가 돼줄 부통령 후보를 확정하기 위한 면접 절차를 주말에 마쳤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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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로 여겨지던 미국 대선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당 후보 지지율을 비교했을 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지만 격차는 바이든 후보 사퇴 직전 3%포인트에서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레드필드앤드윌튼스트래티지가 미국 성인 17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 45%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3%)을 앞섰다. 다만 아직 대선이 90여 일 남은 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이런 기세를 얼마나 이어 나갈지가 관건입니다.

지금의 관심사는 누구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할 것인가입니다. 액시오스는 지난달 30~31일 해리스 캠프 측 검증팀과 만난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주)과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간 2파전으로 구도가 좁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는 당장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대의원 수 19명) 확보에 도움이 되는 셔피로 주지사에게 우위가 있다는 의견이 많고요. 반면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이민 억제 정책 등을 지지해온 켈리 의원을 뽑아야 한다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켈리 이분 진짜 인생사 대단하죠. 경찰관 아들로 태어나서, 비행기 조종사 하다가, 우주비행사가 됐다가, 하원의원이랑 결혼했는데, 마침 그 의원이 애리조나주 쇼핑몰 총기난사 사건에서 뇌 좌반구를 관통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와이프 일로 상심한 켈리 의원은 총기 반대운동을 벌이게 되고 그러다가 상원의원까지 됐습니다. 이번 부통령 지명이 혹시 안 되더라도, 뭔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부터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7개 핵심 경합주 순회 유세를 시작하는데 새 부통령후보를 데리고 다니게 되겠죠.

이란 하마스 최고지도자가 암살됐는데 매우 높은 확률로 이는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입니다.이란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동 상황도 일촉즉발 직전입니다. 백악관에는 풀 기자단이 있는데요, 한국과 비슷합니다. 풀 기자가 차에서 내리는 바이든에게 “이란이 물러날 거라고 보느냐”고 물어봤는데 바이든이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과 통화에서 암살이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더니 바이든이 네타냐후에게 쌍욕을 해가면서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는 전언도 나오고요.

이게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시장은 경제 침체를 논하는 고담준론에서 갑자기 더 건너뛰어서 리스크 오프로 숨어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이나 해리스는 둘 다 이스라엘을 지지하긴 하지만 네타냐후의 천방지축 태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해리스는 “어떤 전쟁인지도 중요한 문제”라는 말도 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