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 밋밋함이 공존한 옥주현의 성대 차력 쇼 <베르사유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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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베르사유 궁전 옮겨놓은 무대 화려하지만
밋밋한 인물과 얕은 줄거리 심심해
고음 시원하게 내지르는 음악 가득
완급 조절 측면에서는 아쉬워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13일까지
베르사유 궁전 옮겨놓은 무대 화려하지만
밋밋한 인물과 얕은 줄거리 심심해
고음 시원하게 내지르는 음악 가득
완급 조절 측면에서는 아쉬워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13일까지
초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순정만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전설적인 원작 만화에 옥주현, 이해준, 고은성, 노윤 등 스타 배우들로 즐비한 출연진은 뮤지컬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배경은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700년대 말 프랑스. 대대로 왕실을 호위해온 제르제 가문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 오스칼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남자로 키워진다. 왕실 근위대 장교로 일하며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귀족들의 생활에 환멸을 느낀 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국민의 편에 선다. 귀족 출신임에도 혁명의 최전방에 나선 그는 결국 총을 맞고 죽음을 맞는다. 극장에 들어서고 막이 오르면 작품의 이름에 걸맞은 화려한 무대가 관객을 맞는다. 비슷한 시대 배경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든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저력이 느껴진다. 공연장에 베르사유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연회장부터 프랑스의 빈민가까지 현장감 넘치는 다채로운 무대가 놀랍다.
화려한 무대에 비해 등장인물은 단순하다. 주인공 오스칼은 처음부터 끝까지 올곧고, 우직하고, 정의롭다. 힘도 강해 남자 군인 열댓명과 싸워도 혼자 전부 쓰러뜨릴 정도다. 전통 설화에 나올법한 인물로 지덕체 모두 완벽하고 티끌 하나 없다. 내적 갈등이나 인물의 성장이 두드러지지 않아 매력이 부족하다. 낮에는 신문기자로 일하며 혁명 정신을 퍼트리고, 밤에는 가면을 쓴 흑기사로 의적 활동을 하는 베르날도 초반에는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마저도 극 후반에는 오스칼의 동료 수준으로 전락해 아쉽다. 이야기를 다각도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이지만 깊이가 부족하다. 오스칼의 신하 앙드레의 신분을 뛰어넘는 짝사랑, 흑기사의 정체, 오스칼이 구해준 소녀 로자리의 출생 비밀 등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다양한 플롯이 전개된다. 다만 이 이야기들이 오스칼과 프랑스 혁명이라는 큰 줄기와 이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마무리된다. 다양한 플롯들 사이의 연결이 더 끈끈했다면 갈등이 복잡하게 하고 이야기가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말에 이르러서 인물들이 탄탄히 다져진 복선이 아니라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을 맞아 죽는 운명도 뜬금없어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고음이 가득한 시원시원한 넘버는 장점이다. 2시간 반 내내 출연진들이 성대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작품이다. 옥주현, 이해준, 노윤, 리사를 포함한 출연진의 탄탄한 실력 덕에 지루하지 않다. 완급 조절은 아쉽다. 초고음역대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배우들의 성대 차력 쇼처럼 느껴진다. 인물들이 고조된 감정을 놀라운 기교로 쏟아내는 순간의 충격이 작품 내내 이어지니 오히려 그 감동이 반감된다.
밋밋한 인물과 플롯이 아쉬운 공연. 초연 공연인 만큼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고 음악의 완급을 다듬으면 매력적인 작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13일까지.
구교범 기자
배경은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700년대 말 프랑스. 대대로 왕실을 호위해온 제르제 가문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 오스칼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남자로 키워진다. 왕실 근위대 장교로 일하며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귀족들의 생활에 환멸을 느낀 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국민의 편에 선다. 귀족 출신임에도 혁명의 최전방에 나선 그는 결국 총을 맞고 죽음을 맞는다. 극장에 들어서고 막이 오르면 작품의 이름에 걸맞은 화려한 무대가 관객을 맞는다. 비슷한 시대 배경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든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저력이 느껴진다. 공연장에 베르사유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연회장부터 프랑스의 빈민가까지 현장감 넘치는 다채로운 무대가 놀랍다.
화려한 무대에 비해 등장인물은 단순하다. 주인공 오스칼은 처음부터 끝까지 올곧고, 우직하고, 정의롭다. 힘도 강해 남자 군인 열댓명과 싸워도 혼자 전부 쓰러뜨릴 정도다. 전통 설화에 나올법한 인물로 지덕체 모두 완벽하고 티끌 하나 없다. 내적 갈등이나 인물의 성장이 두드러지지 않아 매력이 부족하다. 낮에는 신문기자로 일하며 혁명 정신을 퍼트리고, 밤에는 가면을 쓴 흑기사로 의적 활동을 하는 베르날도 초반에는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마저도 극 후반에는 오스칼의 동료 수준으로 전락해 아쉽다. 이야기를 다각도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이지만 깊이가 부족하다. 오스칼의 신하 앙드레의 신분을 뛰어넘는 짝사랑, 흑기사의 정체, 오스칼이 구해준 소녀 로자리의 출생 비밀 등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다양한 플롯이 전개된다. 다만 이 이야기들이 오스칼과 프랑스 혁명이라는 큰 줄기와 이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마무리된다. 다양한 플롯들 사이의 연결이 더 끈끈했다면 갈등이 복잡하게 하고 이야기가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말에 이르러서 인물들이 탄탄히 다져진 복선이 아니라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을 맞아 죽는 운명도 뜬금없어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고음이 가득한 시원시원한 넘버는 장점이다. 2시간 반 내내 출연진들이 성대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작품이다. 옥주현, 이해준, 노윤, 리사를 포함한 출연진의 탄탄한 실력 덕에 지루하지 않다. 완급 조절은 아쉽다. 초고음역대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배우들의 성대 차력 쇼처럼 느껴진다. 인물들이 고조된 감정을 놀라운 기교로 쏟아내는 순간의 충격이 작품 내내 이어지니 오히려 그 감동이 반감된다.
밋밋한 인물과 플롯이 아쉬운 공연. 초연 공연인 만큼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고 음악의 완급을 다듬으면 매력적인 작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13일까지.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