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해준다니까 위메프에 입점했죠. 돈 못 받을 곳이었으면 입점했겠어요?”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4100만원의 정산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 중소 식품업체 대표의 얘기다. 소비자에겐 할인가에 물건을 팔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기유통센터가 그 할인금액을 입점한 업체에 지원해주는 사업에 지원한 것이다. 그는 “15~20% 저렴한 가격이면 경쟁력 있겠다 싶어 입점했다”며 “티메프와 거래 내역은 없었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플랫폼이니 믿고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기부와 중기유통센터는 지원사업 대상자를 공모할 당시 플랫폼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기유통센터는 올해 1월 사업 대상 플랫폼을 선정하면서 ‘동일사업 수행실적’, ‘운영역량’ ,‘목표 달성계획’, ‘업체지원 지속성’ 등을 평가했다. 각 항목의 세부 내용에 재무건전성은 없었다.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조차 안 한 채 상인들 손에 쿠폰을 쥐여줘 가며 입점시켰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의 발언도 뿔난 소상공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지난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오 장관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자본잠식 상황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 챙겨보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이 있다고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데 경영 상태를 평가 항목에 안 넣은 건 문제”라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물론 이커머스의 자본잠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오랜 관행이다. 쿠팡은 창립 14년 만인 지난해서야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G마켓, 컬리, 11번가는 지난해 각 320억원, 1436억원,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규모를 키우는 게 우선인 ‘플랫폼 사업’의 특징이라며 모두가 본체만체해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커머스 전문가가 아닌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의 재무·경영실적까지 알아보긴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원까지 해줬으니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중기부와 중기유통센터는 플랫폼 입점 지원 사업을 펼치면서 소상공인들에게 해당 플랫폼의 위험성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전체 피해액 중 어느 정도나 이 사업과 관련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현재 중기부와 중기유통센터가 파악한 건 5월 매출분 미정산금액(46억원)과 피해 기업 수(23개)가 전부다. 지원사업을 통해 입점한 소상공인의 6~7월 미정산 대금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사업 참여 업체들에 별도로 공지한 내용이 없다.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티메프'에 입점한 한 소상공인은 "입점 지원할 때는 적극적이더니 피해가 발생하니 정부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며 "이번 사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