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 레스토랑, 클럽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연합동아리 회원 모집 문구. 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고급 호텔, 레스토랑, 클럽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연합동아리 회원 모집 문구. 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수백명 규모의 대학별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투약·유통한 대학생들이 검찰 적발됐다. 동아리 회장 및 임원진은 친목 도모를 가장해 회원들에게 마약을 고가에 팔아넘겼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명문대생들이었다.

5일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 1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연합동아리 회장 30대 A씨와 20대 회원 3명이 구속기소됐다. 20대 회원 2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단순 투약한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적발된 회원들은 모두 서울·수도권 주요 13개 명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인 A씨를 비롯해 서울대, 고려대 재학생은 물론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를 매매(1~17회)하고 투약(1~15회)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A씨는 2021년 연합동아리를 통해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호화 술자리를 제공하는 수법으로 단기간에 300여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당시 기준 전국 2위 규모였다. 이후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해 클럽·고급호텔 등에 초대해 액상 대마를 권하고 점차 MDMA·LSA·케타민·필로폰 순으로 다양한 마약을 접하게 했다.
A씨의 범행 구조도. 사진=남부지검 제공
A씨의 범행 구조도. 사진=남부지검 제공
A씨가 연합동아리를 통해 사실상 '마약 수익 사업'을 벌였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A씨는 마약 딜러로부터 암호화폐를 보내면 마약이 숨겨진 장소를 전달받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매수했다. 이를 웃돈을 붙여 회원들에게 고가에 판매해 최소 12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마약 투약으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재판이 진행되던 중 당시 공판 검사가 거래내역을 포착해 추가 수사를 벌여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마약 투약 사범의 가파른 증가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