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와 스티븐 킹을 합친 천재 이야기꾼의 6부작 '블랙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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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아웃 오브 넷플릭스
애플TV+ '블랙 버드'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과 레이 리오타 주연
스티븐 킹을 잇는 미스터리 작가 데니스 루헤인
간결한 필체, 섬세한 심리 묘사로 작품마다 영화화
'누군가 내려다보고 있다, 이따위로 살아갈 것인가'
도덕의 억압으로 이어지는 도덕의 붕괴 그려내
애플TV+ '블랙 버드'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과 레이 리오타 주연
스티븐 킹을 잇는 미스터리 작가 데니스 루헤인
간결한 필체, 섬세한 심리 묘사로 작품마다 영화화
'누군가 내려다보고 있다, 이따위로 살아갈 것인가'
도덕의 억압으로 이어지는 도덕의 붕괴 그려내
우리의 ‘킹스맨’이자 ‘로켓맨’인 태런 에저튼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아니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애플TV에 답이 있다. ‘블랙 버드’란 6부작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연기 면에서 대선배 급인 레이 리오타와 함께 나온 드라마인데 리오타는 이 작품 바로 직후 지병으로 사망했다. 드라마 속에서도 꽤나 아파 보인다. 병상 투혼 연기를 선보인 듯싶다. 레이 리오타는 많은 세계 영화 팬들이 사랑하던 ‘굿펠라스’였다. 태런 에저튼은 여기서 레이 리오타와 부자 관계로 나온다. 이 드라마에는 늘 사람이 좋아 보이는 그렉 키니어도 나온다. ‘블랙 버드’는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리모컨에 손이 가는 작품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데니스 루헤인이 ‘디벨롭’하고 시나리오를 썼으며 기획과 제작을 맡고, 6부작 중 6부는 직접 연출을 하기도 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데니스 루헤인은 현존하는 미스터리 작가 중 스티븐 킹을 이을 만한 재목(材木)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 온 인물이다. 그는 보스톤 출신이고 보스톤이라는 역사적 도시의 명과 암, 선과 악을 대비시키되, 오히려 공존시키는 방식(아버지는 경찰, 아들은 갱스터 식으로)의 하드 보일드 소설로 유명하다. 그의 ‘켄지&제나로 연인 탐정’ 시리즈 5권 중 『가라, 아이야, 가라』는 2007년 벤 애플렉이 영화로 만들었으며 루헤인의 또 다른 작품들 ‘미스틱 리버’와 ‘살인자들의 섬’ 그리고 ‘리브 바이 나이트’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헤밍웨이처럼 간결한 문체, 스티븐 킹처럼 공포에 가까운 복잡한 내면 심리를 그려내는 방식의 설정과 묘사들, 레이먼드 챈들러식의 위트와 건조(쿨)한 다이얼로그 등은 루헤인을 세계 독자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데니스 루헤인이 총괄 지휘한 이번 드라마 ‘블랙 버드’는 사실, 2010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의 연장판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제목은 ‘셔터 아일랜드’였으며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가 나왔다. 한 정신 이상자, 가족 살해범이 스스로를 형사로 착각하고 자기가 자기인 줄도 모른 채 살인자를 찾아 섬으로 와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거울 속의 내가 맞은편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고 그 속의 내가 또 건너편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는 구조와 같은 이야기이다. 데니스 루헤인은 그렇게, 내면의 섬뜩한 심리를 묘사해 내는 데 있어 천부적인 글쟁이의 자질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블랙 버드’의 주인공 제임스 킨, 지미 킨(태런 에저튼)은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었다. 경찰인 아버지 빅 지미 킨(레이 리오타)은 엄마와의 불화로 일찍 집을 나갔고 엄마는 그 와중에 온갖 남자를 잠자리에 끌어들였는데 그중 계부까지 되는 한명은 툭하면 지미에게 폭력을 일삼았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지미는 ‘잘 나가고’ 매력 있으며(미식축구 장학생으로 USC를 간 것으로 나온다.) 모두들 그를 알고 지내고 있고 모두들 그를 좋아하는, 성공한 남자이다. 다만 마약 딜러일 뿐이다. 당연히 FBI와 DEA가 그의 꽁무니를 잡았고 그는 생부 빅 지미가 물심양면으로 뒤를 알아봤음에도 10년형을 언도받고 투옥된다. 실망과 좌절의 감방 생활을 하는 그에게 어느 날 FBI가 접근해 10년 전부를 감형하고 가석방해 주는 조건으로, ‘어떤’ 죄수에게 접근해 그의 비밀을 알아내라는 제안을 받는다. 다른 죄수는 래리 드웨인 홀(폴 월터 하우저)이다. 15명의 여자를 교살과 다른 방법으로 살해하고, 죽이기 전에 강간했거나 그 이후 시간(屍姦)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제는 1)시체가 딱 한 구만 발견됐고 2)그것도 그의 짓으로 보기에는 오로지 자백밖에 없는데, 3)피고 측 변호인은 이 역시 ‘강요된’ 자백으로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래리 홀은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재심 결과에 따라, 아니 일단 재심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석방되게 된다.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 당연히 FBI는 몸과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 시체를 찾아야 한다. FBI는 요원 로런 매콜리(세피데 모아피)를 보내 지미 킨을 떠보고, 훈육하고, 트레이닝시켜 래리 홀의 감옥으로 그를 이송시킨다. 바야흐로 지미 킨과 래리 홀의 심리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블랙 버드’에 블랙 버드란 제목이 붙여진 이유는, 연쇄살인자 래리 홀이 어릴 적(14살 때부터) 묘지기인 아버지의 강요로 무덤을 파고 시체에서 부장품(금반지, 보석 목걸이, 순금 인형 등)을 훔칠 때 하늘에서 그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블랙 버드', 까마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덤 안에서 삽질하는 어린 아들은 자꾸 무덤 밖 아버지의 어깨 너머를 쳐다본다. 못나고 잔인한 아버지는 그런 아이에게 그냥 새일 뿐이야, 라고 말한다. 그래서 래리 홀은 종신형을 받고 감옥 안 작업실, 목공실에서 나무를 쪼아 새를 만든다. 블랙 버드이다. 이 나무 새 인형은 극 마지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랙 버드’는 1968년 비틀즈의 히트곡이기도 하다. 흑인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 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드라마는 비틀즈가 만든 노래의 의미, 곧 차별과 (국가나 가정, 아버지의) 폭력의 문제라는 것이 궁극으로는 어떤 결과, 어떤 연쇄 살인의 끔찍한 결과를 빚는지를 보여 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연쇄 살인범 용의자 래리 홀이 남북 전쟁 당시 남군 장군이 주로 했던 것으로 유명한 번 사이드 스타일로 구렛나룻을 기른 모습인 것도 ‘남군=흑인 노예=인권 유린=이상 성격의 살인마’로 캐릭터가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다. 번 사이드는 아래 턱수염은 밀고 콧수염과 구렛나룻을 연결해서 기르는 스타일을 말한다. 6부작 드라마 ‘블랙 버드’의 정점은 래리 홀의 태도에서 나온다. 그는 어리숙하고 지적 장애가 있는 듯이 군다. 래리 홀은 게리 홀과 일란성 쌍둥이인데 뱃속에서 한쪽 태아가 다른 쪽 태아의 많은 영양분을 빼앗아 온 채 자라나서 한쪽은 우성, 한쪽은 열성으로 태어나게 된 사람들이다. 래리 홀은 열성의 태아였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래리 홀이 사실은 바보가 아니라 엄청나게 잔꾀와 숨은 지능을 지니고 있는 교활한 인물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래리 홀은 경찰이 시체를 못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자백이 정황 증거에 따라 강요된 것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계속 바보스러운 척, 마치 자신이 ‘무해한 괴짜’에 불과한 척 지내려 한다. 래리 홀이 자신에게 접근한 지미 킨을 처음에 극히 꺼려했던 이유, 그를 검사와 경찰이 보낸 첩자, 밀정, 밀고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만큼 래리는, 교활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드라마의 백미는 그사이를 뚫고 들어가려는 지미 킨과 그것을 방어하려는 래리 홀의 수많은 접촉, 대화의 장면에서 나온다. 심리 스릴러란 바로 이런 드라마를 두고 하는 얘기이다. 시공간의 배경은 1993년과 1994년 일리노이 버밀리언 카운티(맨 처음 래리 홀을 체포한 형사 브라이언 밀러(그렉 키니어)가 여기 소속이다)와 인디아나의 워배시를 오간다. 지미 킨과 래리 홀이 만나는 때는 1999년이다. 감방 TV 뉴스에 빌 클린턴이 나온다. 미국이 오랜 공화당의 집권으로 혼란을 겪은 후(걸프전 등) 이번엔 새로운 민주당 시대의 혼란(빌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등)으로 접어들 때였다. 도덕의 억압이 어떻게 도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가늠케 한다. 래리 홀은 청교도적이며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고분고분한 아이로 키워졌지만(무덤을 파는 노동을 아버지 대신하는 아이이다) 결국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는 살인마가 됐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밀레니엄 직전의 붕괴해 가는 세상, 구질서의 가치관과 시대상의 해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싶다. 그건 2020년대인 지금도 유의미해 보인다.
제목답게 블랙 버드, 까마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거나 멀리 내다 보는 느낌의 시점 쇼트, 롱 쇼트의 빈번한 사용이 인상적이다. 누군가 내려다보고 있다. 너희들, 인간들은 계속 ‘이따위’로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드라마 ‘블랙 버드’가 6부 내내 묻고 있는 질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데니스 루헤인이 총괄 지휘한 이번 드라마 ‘블랙 버드’는 사실, 2010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의 연장판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제목은 ‘셔터 아일랜드’였으며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가 나왔다. 한 정신 이상자, 가족 살해범이 스스로를 형사로 착각하고 자기가 자기인 줄도 모른 채 살인자를 찾아 섬으로 와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거울 속의 내가 맞은편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고 그 속의 내가 또 건너편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는 구조와 같은 이야기이다. 데니스 루헤인은 그렇게, 내면의 섬뜩한 심리를 묘사해 내는 데 있어 천부적인 글쟁이의 자질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블랙 버드’의 주인공 제임스 킨, 지미 킨(태런 에저튼)은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었다. 경찰인 아버지 빅 지미 킨(레이 리오타)은 엄마와의 불화로 일찍 집을 나갔고 엄마는 그 와중에 온갖 남자를 잠자리에 끌어들였는데 그중 계부까지 되는 한명은 툭하면 지미에게 폭력을 일삼았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지미는 ‘잘 나가고’ 매력 있으며(미식축구 장학생으로 USC를 간 것으로 나온다.) 모두들 그를 알고 지내고 있고 모두들 그를 좋아하는, 성공한 남자이다. 다만 마약 딜러일 뿐이다. 당연히 FBI와 DEA가 그의 꽁무니를 잡았고 그는 생부 빅 지미가 물심양면으로 뒤를 알아봤음에도 10년형을 언도받고 투옥된다. 실망과 좌절의 감방 생활을 하는 그에게 어느 날 FBI가 접근해 10년 전부를 감형하고 가석방해 주는 조건으로, ‘어떤’ 죄수에게 접근해 그의 비밀을 알아내라는 제안을 받는다. 다른 죄수는 래리 드웨인 홀(폴 월터 하우저)이다. 15명의 여자를 교살과 다른 방법으로 살해하고, 죽이기 전에 강간했거나 그 이후 시간(屍姦)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제는 1)시체가 딱 한 구만 발견됐고 2)그것도 그의 짓으로 보기에는 오로지 자백밖에 없는데, 3)피고 측 변호인은 이 역시 ‘강요된’ 자백으로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래리 홀은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재심 결과에 따라, 아니 일단 재심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석방되게 된다.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 당연히 FBI는 몸과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 시체를 찾아야 한다. FBI는 요원 로런 매콜리(세피데 모아피)를 보내 지미 킨을 떠보고, 훈육하고, 트레이닝시켜 래리 홀의 감옥으로 그를 이송시킨다. 바야흐로 지미 킨과 래리 홀의 심리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블랙 버드’에 블랙 버드란 제목이 붙여진 이유는, 연쇄살인자 래리 홀이 어릴 적(14살 때부터) 묘지기인 아버지의 강요로 무덤을 파고 시체에서 부장품(금반지, 보석 목걸이, 순금 인형 등)을 훔칠 때 하늘에서 그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블랙 버드', 까마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덤 안에서 삽질하는 어린 아들은 자꾸 무덤 밖 아버지의 어깨 너머를 쳐다본다. 못나고 잔인한 아버지는 그런 아이에게 그냥 새일 뿐이야, 라고 말한다. 그래서 래리 홀은 종신형을 받고 감옥 안 작업실, 목공실에서 나무를 쪼아 새를 만든다. 블랙 버드이다. 이 나무 새 인형은 극 마지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랙 버드’는 1968년 비틀즈의 히트곡이기도 하다. 흑인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 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드라마는 비틀즈가 만든 노래의 의미, 곧 차별과 (국가나 가정, 아버지의) 폭력의 문제라는 것이 궁극으로는 어떤 결과, 어떤 연쇄 살인의 끔찍한 결과를 빚는지를 보여 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연쇄 살인범 용의자 래리 홀이 남북 전쟁 당시 남군 장군이 주로 했던 것으로 유명한 번 사이드 스타일로 구렛나룻을 기른 모습인 것도 ‘남군=흑인 노예=인권 유린=이상 성격의 살인마’로 캐릭터가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다. 번 사이드는 아래 턱수염은 밀고 콧수염과 구렛나룻을 연결해서 기르는 스타일을 말한다. 6부작 드라마 ‘블랙 버드’의 정점은 래리 홀의 태도에서 나온다. 그는 어리숙하고 지적 장애가 있는 듯이 군다. 래리 홀은 게리 홀과 일란성 쌍둥이인데 뱃속에서 한쪽 태아가 다른 쪽 태아의 많은 영양분을 빼앗아 온 채 자라나서 한쪽은 우성, 한쪽은 열성으로 태어나게 된 사람들이다. 래리 홀은 열성의 태아였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래리 홀이 사실은 바보가 아니라 엄청나게 잔꾀와 숨은 지능을 지니고 있는 교활한 인물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래리 홀은 경찰이 시체를 못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자백이 정황 증거에 따라 강요된 것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계속 바보스러운 척, 마치 자신이 ‘무해한 괴짜’에 불과한 척 지내려 한다. 래리 홀이 자신에게 접근한 지미 킨을 처음에 극히 꺼려했던 이유, 그를 검사와 경찰이 보낸 첩자, 밀정, 밀고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만큼 래리는, 교활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드라마의 백미는 그사이를 뚫고 들어가려는 지미 킨과 그것을 방어하려는 래리 홀의 수많은 접촉, 대화의 장면에서 나온다. 심리 스릴러란 바로 이런 드라마를 두고 하는 얘기이다. 시공간의 배경은 1993년과 1994년 일리노이 버밀리언 카운티(맨 처음 래리 홀을 체포한 형사 브라이언 밀러(그렉 키니어)가 여기 소속이다)와 인디아나의 워배시를 오간다. 지미 킨과 래리 홀이 만나는 때는 1999년이다. 감방 TV 뉴스에 빌 클린턴이 나온다. 미국이 오랜 공화당의 집권으로 혼란을 겪은 후(걸프전 등) 이번엔 새로운 민주당 시대의 혼란(빌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등)으로 접어들 때였다. 도덕의 억압이 어떻게 도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가늠케 한다. 래리 홀은 청교도적이며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고분고분한 아이로 키워졌지만(무덤을 파는 노동을 아버지 대신하는 아이이다) 결국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는 살인마가 됐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밀레니엄 직전의 붕괴해 가는 세상, 구질서의 가치관과 시대상의 해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싶다. 그건 2020년대인 지금도 유의미해 보인다.
제목답게 블랙 버드, 까마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거나 멀리 내다 보는 느낌의 시점 쇼트, 롱 쇼트의 빈번한 사용이 인상적이다. 누군가 내려다보고 있다. 너희들, 인간들은 계속 ‘이따위’로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드라마 ‘블랙 버드’가 6부 내내 묻고 있는 질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