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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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국내 상장 종목의 올해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실적 개선은 증시의 큰 조정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안전판이 약해짐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244개 상장 종목의 영업이익(금융 관련 업종은 순이익)은 최근 245조7547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대비 3.2% 개선된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종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이 기간 반도체 관련 15개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13.5% 높아졌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상승 사이클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덕분이다. 자동차 관련 11개 종목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 호조로 같은 기간 3.2% 개선됐다.

이들 2개 업종을 제외한 다른 분야 종목의 실적 합계는 1개월 전 141조7047억원에서 최근 139조8170억원으로 1.3% 감소했다. 에너지 시설 및 서비스 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가 50.8% 낮아져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이어 전자 장비 및 기기(-20.8%), 화학(-14.9%), 통신장비(-13.0%), 석유 및 가스(-7.0%), 건설(-6.8%) 등에서도 줄줄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조정받았다.

종목별로 보면 에코프로비엠(-57.0%), LG에너지솔루션(-31.3%), 삼성SDI(-30.6%), 포스코퓨처엠(-24.7%) 등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많이 하향 조정됐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59.8%), SK이노베이션(-33.2%) 등에서도 실적 전망치가 최근 1개월간 수십%씩 주저앉았다.

지난달부터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미국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증권가 일각에서는 증시 조정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와도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과 같은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이런 지지선이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미국 고용시장은 모멘텀이 둔화하기 시작하면 이후 추세적으로 나빠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경기가 침체의 초입에 있기 때문에 현지 주식시장이 조정받았고, 그 영향이 한국 주식시장에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