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양궁 혼성 금메달 듀오와 함께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양궁 혼성 금메달 듀오와 함께 /사진=연합뉴스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의선 회장님입니다. 회장님 덕에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2024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 선수는 '양궁계 키다리 아저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이같이 고마움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양궁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왔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 회장은 선수들의 심리까지 케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200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으면서도 대표팀 선발과 운영엔 '노(no) 터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회장에 대해 "간섭은 없고 지원을 해주신다"며 "제가 느꼈을 때는 지원은 해주시는데 훈련은 본인들이 알아서 하십시오. 이렇게 맡겨주시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외부 훈련이나 국제 대회를 못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전혀 개의치 않고 모든 걸 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파리 올림픽 개막에 앞서 현지에 도착해 현대차그룹이 꾸린 전용 훈련장, 휴게공간 등을 찾았고 모든 양궁 경기를 직관하며 응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금메달 걸어주는 김우진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금메달 걸어주는 김우진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한 한국 양궁의 비결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에 있다. 풍향 외 오차 요소가 거의 없는 슈팅 로봇을 통한 훈련은 선수들의 실전 감각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선수 성적에 가장 중요한 요인을 '자세'라고 보고 기존 카메라를 개선해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도 만들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은 머리 위, 정면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해 슈팅 자세를 여러 각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날씨도 고려 대상이었다. 폭염이 예고된 파리에서 활 성능이 저하될 우려를 생각해 휴대용 활 검증 장비도 새로이 개발했다. 햇살 아래서 경기하는 선수들을 위해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원단을 개발해 '복사냉각 모자'도 제작했다. 이 모자는 표면 온도가 일반 모자보다 최대 5도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고정밀 슈팅 머신 등을 리우데자네이루, 도쿄 올림픽 때부터 선수들에게 지원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모션 증폭 기술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