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지난 7월 30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하는 분들 많으시죠. 자산이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인 고령층에게 집에 계속 살기만 하면 평생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현금을 매달 국가가 지급해주는 주택연금은 분명 매력적인 제도입니다. 사망한 이후로는 집의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가지만, 정부가 집을 처분하고 남은 금액이 주택연금으로 지급한 금액보다 많으면 차액을 자식에게 대신 상속해주니, 크게 아까워할 필요도 없죠.

이처럼 주거안정성과 노후소득 보장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다 보니 주택연금 가입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07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주택연금 가입자는 매년 꾸준히 늘어 올해 5월 말에는 누적 가입자가 12만7853명을 기록했습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연령과 집값에 따라 실제 매달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지난 '일확연금 노후부자' 기사("국민연금도 없는데 어떻게"…평생 月300만원 받는 방법 [일확연금 노후부자])에서 자세히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2024년 3월 1일 기준 가입 연령과 집값에 따른 주택연금 월수령액(월지급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2024년 3월 1일 기준 가입 연령과 집값에 따른 주택연금 월수령액(월지급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그렇다면 주택연금은 마냥 좋기만 한 제도일까요. 주택연금은 노후에 일하지 않고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가입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이사하는 경우입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상태에서 이사를 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지금까지 받은 주택연금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이번 [일확연금 노후부자] 기사에서는 살다 보면 늙어서도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이사와 관련한 내용을 다뤄보려 합니다.

우선 주택연금은 소유한 주택을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살기만 하면 매월 일정한 금액을 사망할 때까지 현금으로 받는 제도입니다. 가입자가 매달 받는 현금은 일종의 대출인데, 가입자가 살아생전에 갚을 필요는 없는 대출입니다.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에 주택금융공사가 집을 처분해 대출금에 이자까지 정산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이죠. 이에 집값이 비싸면 비쌀수록 집의 담보가치가 높은 만큼 더 많은 현금을 매달 받을 수 있고, 저렴한 주택으로 가입하면 받는 금액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주택연금 가입자가 이사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주택연금은 집값을 기준으로 매달 받는 금액이 결정되는데, 이사한 집의 집값과 이사하기 이전 주택의 집값은 다르기 마련이니 매달 수령하는 금액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지금부터 그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이사할 때 집값이 변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기존에 살던 주택의 집값과 이사간 곳의 집값이 동일한 경우, ②이전보다 비싼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 ③이전보다 저렴한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 등입니다.

우선 집값이 동일한 곳으로 이사가는 경우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전 집과 이사간 집의 담보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에 매달 받는 주택연금 수령액도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두 번째는 비싼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입니다. 집값이 비싸졌기 때문에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의 담보가치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매달 받는 주택연금 수령액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달라지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집값이 늘어난 금액 만큼 초기보증료를 더 내야 합니다. 초기보증료는 주택 가격의 1.5%입니다. 집값이 2억원 비싼 집으로 이사를 가면 300만원(2억원×1.5%)의 초기보증료가 추가로 부과되는 셈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그런데 늘어나는 초기보증료를 주택연금 가입자가 직접 납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보증료도 대출잔액에 가산됩니다. 쉽게 말해서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에 주택을 처분하는 비용에 초기보증료가 추가될 뿐, 살아생전에 보증료를 가입자가 직접 낼 일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비싼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 주택연금 가입자가 한 가지 또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12억원 이상인 집의 담보가치를 모두 12억원으로 간주해 주택연금을 지급합니다. 만약 기존 집값이 12억원인 주택에서 13억원인 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주택연금으로 매달 받는 금액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세 번째 경우는 집값이 이전보다 저렴한 주택으로 이사가는 경우입니다. 즉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의 담보가치가 감소하는 경우죠. 이 경우는 좀 복잡해서 다시 두 가지 상황으로 다시 나뉩니다.
이사로 인한 주택연금 변화 내용.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이사로 인한 주택연금 변화 내용.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우선 집값 하락폭(담보가치 감소액)이 지금까지 받아온 주택연금 총액(보증잔액)보다 작거나 같은 상황입니다. 이 상황의 주택연금 가입자는 이사 후에도 기존과 동일한 금액을 매달 받게 됩니다. 다만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면서 얻게 되는 매매차익을 모두 주택금융공사에 내야 합니다. 이사로 인해 발생하는 담보가치 하락분(집값 하락폭)을 주택금융공사에 내야 한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 그동안 주택연금으로 총 3억원을 받아온 가입자가 시세 8억원인 집에서 6억원인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보증잔액(3억)≥담보가치 감소액(2억)' 조건에 속해 8억원인 집을 팔고 6억원인 집을 사면서 얻게 되는 2억원을 모두 주택금융공사에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2억원을 주택금융공사에 지불하게 되지만, 매달 수령하는 주택연금은 줄지 않고 이전과 동일하게 8억원인 집을 기준으로 받습니다.

세 번째 경우의 둘째 상황은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는데, 지금까지 받은 주택연금 총액(보증잔액)이 집값 하락폭(담보가치 감소액)보다 작은 경우입니다. 예컨대 가입 기간이 짧아 그동안 주택연금으로 1억원만 받았는데 8억원인 집에서 6억원인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죠. 이런 경우엔 그동안 받아온 주택연금 수령액을 모두 다시 주택금융공사에 이자까지 합쳐서 상환해야 합니다. 동시에 매달 받는 주택연금 수령액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상황에서 매달 받는 주택연금 수령액은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요? 저렴한 주택으로의 이사로 인해 발생하는 담보가치 감소분 2억원(8억원-6억원)에서 지금까지 받은 주택연금 총액(1억원)의 차액인 1억원(2억원-1억원)으로 주택연금에 새로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받는 월수령액 만큼 줄어듭니다.

말이 복잡해서 헷갈리는데, 직접 계산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만 70세 A씨가 8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236만5000원을 받습니다. A씨가 1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가정하면 매달 29만5000원을 받는데, 이게 감소폭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주택연금으로 총 1억원을 받아온 A씨가 집값이 8억원인 집에서 6억원인 집으로 이사하면 매달 207만원(236만5000원-29만5000원)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2024년 3월 1일 기준 가입 연령과 집값에 따른 주택연금 월수령액(월지급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2024년 3월 1일 기준 가입 연령과 집값에 따른 주택연금 월수령액(월지급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지금까지 설명을 모두 읽으셨다면, 집값이 저렴한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의 두 가지 상황 모두 그동안 받아온 주택연금을 토해내야 한다는 공통점을 알아채셨을 겁니다. 토해내야 하는, 즉 주택금융공사에 상환해야 하는 기존 주택연금 수령액의 최대 한도는 저렴한 집값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매매차익이죠.

그런데 가입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면서 주택금융공사에 기존 주택연금 수령액을 상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가입자의 기존 집을 새로 매수하는 매수자로부터 주택 매수 대금의 일정 부분을 집주인보다 먼저 떼어갑니다. 떼어가는 돈은 보증잔액과 기존 주택가격의 90% 중 적은 금액이죠.

예를 들어 그동안 주택연금을 3억원 받아온 가입자 A씨가 8억원인 집에서 6억원인 집으로 이사할 때는 기존 집을 매수한 제3자가 A씨가 아니라 주택금융공사에 2억7000만원(3억원×90%)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주택금융공사는 2억7000만원 중에 담보가치 감소액 2억원을 제외한 7000만원을 A씨에게 돌려줍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