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세계 1위 배터리용 코발트 제조기업 화유코발트그룹의 자회사인 화유리사이클과 손잡았다. 전기차(EV)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화유리사이클은 배터리의 잔여 수명을 15초 만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저장성 화유리사이클 본사에서 지난 1일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협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오른쪽)와 바오웨이 화유리사이클 대표 등이 참석했다. 화유코발트의 100% 자회사인 화유리사이클은 중국 내 100여 곳의 거점에서 수명이 다 된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를 회수하고 있다. 연간 회수하는 배터리 무게는 총 6만5000t으로 전기차 13만 대 분량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배터리 재사용 시장도 본격 개화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잔존 수명이 80~90% 되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고, 그 뒤엔 분해·용해 과정을 거쳐 코발트와 니켈, 리튬 등 원재료를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선 폐배터리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대용량 배터리를 오랜 기간 선박으로 해상 운송하려면 안전상 이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화유리사이클과 앞으로 사용후 배터리 순환체계 구축, ESS 사업, 배터리 원부자재 공급망 관리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여러 개의 사용후 배터리를 담아 한 번에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전용 회수 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배터리 전처리 기술을 보유한 국내 전문기업 이알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신속 진단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2040년 2089억달러(약 263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