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울대·고려대 재학생과 의대·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생 등이 대거 포함된 대학교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투약·유통한 대학생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학가 깊숙이 마약이 파고든 가운데 대학생이 주축인 마약 조직이 드러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 1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의 혐의를 받는 연합동아리 회장 30대 A씨와 20대 회원 3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20대 회원 2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단순 투약한 대학생 8명에겐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적발된 회원은 모두 서울·수도권 주요 13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다. KAIST 대학원생인 A씨를 비롯해 서울대·고려대 재학생,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도 포함됐다.

A씨는 2021년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호화 술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300여 명의 동아리 회원을 모집했다. 당시 전국 2위 규모였다. 참여율이 높은 회원을 클럽과 고급호텔에 데려가 액상 대마부터 MDMA(엑스터시), LSA, 케타민, 필로폰 순으로 다양한 마약을 접하게 했다. A씨는 동아리 남성 회원과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호텔로 초대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게 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세탁업자를 통해 텔레그램 마약 딜러에게 가상자산을 보내고 마약 은닉 장소를 전달받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한 A씨는 회원들에게 한 번씩 투약할 분량을 팔며 단가를 더 높게 책정해 차액을 챙겼다. 지난해 A씨가 마약 매매대금으로 활용한 암호화폐는 1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의 전모는 A씨가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검찰이 수상한 거래 기록을 포착하며 드러났다.

대학생 등 20대의 마약 중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대 마약류 사범은 작년 8368명으로 전년 대비 44.1% 증가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