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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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한 대 날렸네요."
"손절매하나요. '존버(버티기)' 할까요."

지난 5일 카카오톡 채팅방마다 메시지가 쏟아졌다. 역대급 '폭락장'에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의 하소연·비명이었다.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도 팍팍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풀죽은 목소리로 "진짜 죽겠다"며 토로했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빠져도 너무 빠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패닉장'에서 금융당국만 차분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증시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만큼 '버티기 모드'에 나서라고 권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수장들 제언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일시적 하락일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빗나간 관측 등이 영향을 미쳤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지수는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 폭은 역대 최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28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하락세를 견인했다. 전날 순매도 규모는 2022년 1월 27일(1조7141억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자 정부는 나란히 구두 개입에 나섰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패닉셀(공포감에 따른 투매)'에 동참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대외 악재에 대응할 역량을 갖췄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나친 공포감에 섣부른 투자의사 결정을 하기보다는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도 급락장이 펼쳐질 경우 금융당국은 몇 가지 대응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대표적이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말 10조원 규모로 조성 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금융지주사와 금융회사, 증권 유관기관 등이 출자해 조성하는 이 펀드는 주가 폭락 때 주식을 사들여 시장을 안정화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증안펀드는 증시가 출렁이던 2022년 10월에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았다.

과거 급락장 때마다 금융당국이 꺼내든 공매도 금지 카드는 이미 무력화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지난해 11월부터 전면 금지한 영향이다. 이 같은 조치가 거품을 조성해 증시 급등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시장 안정화 카드의 선택지를 좁혔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시장 인식을 못 미더워하는 투자자들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지난 2일 증시 하락에 대해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조금 지나면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영향이 컸다. 이 같은 관측과 달리 증시 폭락이 이어져서다.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한 정부가 설익은 발언으로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