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회의 연 금융당국 "국내증시, 펀더멘털 대비 낙폭 과도"
국내 증시가 급락하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이 긴급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국내 증시 실물경제·금융시장 여건에 비해 낙폭이 과도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시 장이 마감한 뒤인 오후 4시30분께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에서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최근 급증한 증시 변동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는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는 각각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급격한 변동성을 막기 위해 시장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조치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기를 앞두고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증시에 큰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에 비해 낙폭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자체 진단했다.

이어 "증시 변동 폭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이나 쏠림 현상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대외 악재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당국과 관계기관은 주식·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달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점에 대해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그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감과 엔 캐리(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등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해왔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 외환 건전성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하겠지만 너무 지나친 공포감에 섣부른 투자의사 결정을 하기보다는 우리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