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소수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22대 국회에서 두 달 남짓 동안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7개로 늘었다. 앞서 통과한 법안들에는 해병대원특검법, 방송 4법,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법 등이 있다. 하나같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정략적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후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거나 예고된 법안이다.

야당의 입법 독주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월 말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탄핵안은 7개이며, 특히 탄핵안이 집중된 방송통신위원회는 한때 ‘상임위원 0명’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 기간에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북송금 수사 관련 검사 특검법 등 9개에 이른다. 반면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민생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당분간 중단하고 각 상임위에서 민생법안부터 논의하자고 한 것은 그나마 활로를 찾기 위한 호소로 여겨진다. 지금 국회가 논의해야 하는 민생법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전세사기피해지원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 단말기유통법, K칩스법, 스토킹교제폭력방지법 등은 여야의 견해차가 크지 않거나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법안들이다. 상속세나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세법 개정도 일방의 주장을 무조건 관철하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절충이 가능하다.

각 상임위에서 협의가 여의치 않다면 여야 합의로 이른바 ‘민생법 특위’를 만들어 일괄 처리하는 방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국회 특위는 단기간 집중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는 사안을 다루고자 할 때 구성하는 기구다. 여야 대치로 한 발도 떼지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민생 분야 특위가 간절한 때다. 이마저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세금 도둑’이란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국회가 지난 두 달간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쓴 예산만 12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