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0·코스닥 700 붕괴 아시아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5일 폭락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대인 234.64포인트 하락했다고 표시돼 있다.  김범준 기자
코스피 2450·코스닥 700 붕괴 아시아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5일 폭락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대인 234.64포인트 하락했다고 표시돼 있다. 김범준 기자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5일 일제히 ‘역대급’ 폭락을 기록했다.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탈, 인공지능(AI) 수익성 둔화, 중동 불안 등 악재가 한꺼번에 시장을 덮치자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벌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급락장이 연출됐다.

아시아 증시 '최악의 날'…공포가 시장 지배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8.77% 급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234.64포인트 떨어졌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직전 최대 낙폭(2020년 3월·133.56포인트)보다 100포인트 이상 더 빠졌다. 하락률로 따져도 9.44% 내린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11% 넘게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만 시가총액 235조원어치가 증발했다. 패닉셀이 거듭되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는 4년5개월여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크게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451포인트(12.4%) 폭락해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다. 3836포인트 떨어진 1987년 10월 20일의 ‘블랙먼데이’를 뛰어넘었다. 대만 자취안지수(-8.35%)도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폭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고조되고 있는 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다. 7월 미 실업률(4.3%)이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매를 불렀다. 최근엔 저렴한 엔화를 조달해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졌다. AI산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 중동 전쟁 위기 등도 불안감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년간 큰 조정 없이 상승한 글로벌 증시가 미국 경기 둔화를 앞두고 조정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발작적인 투매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투자가도 2690억원어치를 팔았다.

아시아에 이어 미국과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세로 출발했다. 유로스톡스600은 오전 9시9분(현지시간) 기준 3.24% 하락한 481.74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DAX는 같은 시각 3.06%, 프랑스 CAC40은 2.87% 떨어졌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오전 9시35분(현지시간) 기준 5.71% 빠져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S&P500은 3.86%, 다우지수는 2.79%의 하락률을 보였다. 미국 증시 급락으로 촉발된 아시아 증시 폭락이 다시 미 증시를 끌어내리면서 글로벌 순환 매도세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관계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필요시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성미/강진규/안상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