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악재'가 부른 패닉셀…韓증시, 하루만에 시총 235兆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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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 '최악의 날'코스피 9% 곤두박질
美 경기침체 빌미로 본격 조정장
AI 수익 의구심에 전쟁 우려 겹쳐
코로나 때처럼 단일 이유 아닌
여러 악재 겹치며 시장 더 혼란
올해 상승분, 하루 만에 반납
韓 등 아시아 '혹독한 매' 맞는 중
삼전·하이닉스 10% 하락하고
조선·車 등 대미 수출株 직격탄
美 경기침체 빌미로 본격 조정장
AI 수익 의구심에 전쟁 우려 겹쳐
코로나 때처럼 단일 이유 아닌
여러 악재 겹치며 시장 더 혼란
올해 상승분, 하루 만에 반납
韓 등 아시아 '혹독한 매' 맞는 중
삼전·하이닉스 10% 하락하고
조선·車 등 대미 수출株 직격탄
5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역사상 최악 수준의 폭락장을 연출하자 시장 참여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이날 한국 증시와 일본 증시는 동시에 사상 최대 낙폭을 갈아치웠다.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234.64포인트(8.77%),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451포인트(12.4%) 폭락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들도 속수무책으로 파랗게 질린 계좌를 바라봐야 했다.
투자 전문가들을 더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이 충격과 공포의 정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투자 게시판에는 “코스피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게 말이 되느냐. 도대체 이유가 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증권사 자산관리(WM)사업부에도 문의 전화가 속출했지만 직원들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유럽 신용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초대형 단일 이벤트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과거 증시 폭락 사례와 명백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폭락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는 미국 고용시장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률은 4.3%였다. 전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실업률이 오르면서 미국 경기 침체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 미국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이던 클로디아 삼이 정립한 법칙으로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를 이유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 등 대미 수출주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환호해온 AI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관련주로 분류된다.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전쟁 위기도 제조업 위주인 한국 기업들에는 악재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경기 침체와 AI 버블 논란, 불안한 중동 정세 등이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수년 만에 등장한 리세션(경기 침체) 공포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대규모 이동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침체 시기를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경기 침체 우려가 우선 불식돼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오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경기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거나 이달 말 발표될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나타내면 증시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9월 FOMC 전까지 저가 매수 전략을 쓰라는 조언도 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올초 11배에서 9.2배까지 하락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내려왔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된 건 역사적으로 대부분 비이성적 과매도 구간에 있을 때였다”며 “당분간 주가가 더 빠질 수는 있지만 저가 분할 매수 전략은 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최만수/박한신 기자 smshim@hankyung.com
투자 전문가들을 더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이 충격과 공포의 정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투자 게시판에는 “코스피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게 말이 되느냐. 도대체 이유가 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증권사 자산관리(WM)사업부에도 문의 전화가 속출했지만 직원들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유럽 신용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초대형 단일 이벤트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과거 증시 폭락 사례와 명백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동시다발 악재에 시장 혼란 가중
전문가들은 이번 아시아 증시 폭락은 여러 악재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 고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의구심 확대 △중동 확전 가능성 고조 △지수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증가 등 최소한 다섯 가지에 달하는 악재가 동시다발로 증시를 덮쳤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도 힘들었다고 진단했다. 과거 악재가 발생했을 때보다 시장 투자심리를 더 악화시켜 패닉셀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이번 폭락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는 미국 고용시장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률은 4.3%였다. 전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실업률이 오르면서 미국 경기 침체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 미국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이던 클로디아 삼이 정립한 법칙으로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를 이유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 등 대미 수출주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환호해온 AI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관련주로 분류된다.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전쟁 위기도 제조업 위주인 한국 기업들에는 악재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경기 침체와 AI 버블 논란, 불안한 중동 정세 등이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 매수” vs “지수 하방 열려”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코스피지수의 하방을 2300선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수년 만에 등장한 리세션(경기 침체) 공포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대규모 이동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침체 시기를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경기 침체 우려가 우선 불식돼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오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경기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거나 이달 말 발표될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나타내면 증시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9월 FOMC 전까지 저가 매수 전략을 쓰라는 조언도 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올초 11배에서 9.2배까지 하락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내려왔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된 건 역사적으로 대부분 비이성적 과매도 구간에 있을 때였다”며 “당분간 주가가 더 빠질 수는 있지만 저가 분할 매수 전략은 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최만수/박한신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