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밸류업 수혜 끝?…은행株 시총 15兆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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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오르다가 12% 급락한 KRX은행지수

힘 얻는 '빅 스텝' 금리 인하, 은행주엔 부담
은행株 당분간 조정 불가피…매수 기회란 의견도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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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은행주의 시가총액이 15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자 지난 2일부터 증시가 폭락하면서다. 시장에선 침체 징후가 짙어지자 큰 폭의 금리 인상 등이 거론되면서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지난 2일 4% 넘게 내린 데 이어 전날에도 8%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 2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14조9800억원어치 증발했다. 이 기간 KB금융(-13%) 신한지주(-13%) 하나금융지주(-12%) 우리금융지주(11.6%) 등 주요 은행주의 주가도 큰 폭으로 내리며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가 변수로 떠오르자 투자자들이 은행주 매매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이번 폭락장을 계기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자칫 은행주의 이자 수익 감소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가 줄어 순이자마진(NIM)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연초 이후 가파르게 오른 주가도 부담이다. 주요 은행주들은 연초 이후 주가가 37% 넘게 상승해 시장 수익률 대비 큰 폭 상승했다. 이번 급락 장세 속 지수보다 조정 폭이 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전날 일본의 닛케이225지수가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은행 업종(TOPIX Banks)이 17% 넘게 급락한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일본 은행주들은 그간 일본판 밸류업 정책 수혜를 입으며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국내 은행주 역시 큰 조정을 겪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대형 은행주들의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는 등 한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과 종목들의 단기 투자심리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은행주 매수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가 대체로 은행주에 악재로 인식되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선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 은행의 NIM도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미국 경기 침체 관련 우려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은행주들이 펀더멘털(기초 체력) 측면에서 편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