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었더니, 벌레가 들어와 잡고 있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육상 선수 에보니 모리슨 / 사진=SNS 캡처
파리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었더니, 벌레가 들어와 잡고 있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육상 선수 에보니 모리슨 / 사진=SNS 캡처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친환경 올림픽'을 치르겠다며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육상 선수 에보니 모리슨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림픽 선수촌의 현실'이라면서 동영상을 올렸다.

모리슨이 영상을 올린 날 파리에는 낮 최고 기온 35도, 체감 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모리스의 방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는 영상에서 수건으로 벽과 천장에 붙은 벌레를 잡으면서 "에어컨이 없어서 창문을 열어놨더니 사방에 벌레가 돌아다닌다"고 토로했다. 방충망도 없었다.
토마스 체콘. / 사진=AP, 연합뉴스
토마스 체콘. / 사진=A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에는 남자 배영 100m에서 1위를 한 이탈리아 수영 선수 토마스 체콘이 선수촌 내 환경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비판했다.

체콘은 지난달 31일 배영 200m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취재진과 만나 선수촌 환경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금 피곤했다. 오후와 밤에 소음과 더위 탓에 잠을 잘 못잤다"며 "에어컨이 없어서 매우 덥고 음식도 좋지 않아 많은 선수가 선수촌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불만을 토로한 가운데, 체콘이 낮 시간대 선수촌 벤치 아래 잔디밭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다른 선수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선수촌 내 잔디밭에서 낮잠 자는 이탈리아 수영 금메달리스트 토마스 체콘/ 사진=SNS 캡처
선수촌 내 잔디밭에서 낮잠 자는 이탈리아 수영 금메달리스트 토마스 체콘/ 사진=SNS 캡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선수촌 숙소에 에어컨이 없고 불편해 체콘이 잔디밭에서 자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해석이 나왔지만, 체콘 측은 "그냥 잠깐 낮잠을 잤을 뿐"이라면서 숙소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한편, 파리올림픽 조직위는 '친환경 올림픽'을 이유로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공기 순환을 촉진하도록 건물을 배치하고 건물 크기를 다양화하면 외부보다 선수촌 내 기온을 6도가량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참가국들의 우려에 객실 7000여개 규모의 선수촌에 임시로 에어컨 2500대를 비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에어컨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야 할 많은 선수들은 숙소에서 더위와 싸우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