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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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에 계좌를 묶는 게 말이 되나요? 매매 못 해서 피해 본 금액은 어떻게 할 건지…"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투자자의 토로다. 변동성 장세 속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매매 대응이 막히는 상황이 빚어졌다. 국내 증권사와 제휴 맺은 미국 대체거래소(ATS)가 주문한도 초과로 거래를 제한하면서다. 이에 정상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증권사를 이용 중인 국내 투자자들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나무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전날 오후 2시45분 이후 주간거래(데이마켓) 결제 취소를 통보받았다. 계좌 잔고가 묶여 해당 시간부터 거래된 모든 미국 주식 체결분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는 전날 미국 현지 ATS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데이마켓 주식 체결 취소 통보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블루오션과 계약을 맺은 모든 국내 증권사들의 데이마켓 거래가 막혔다. 프리마켓(오후 5시 개장) 거래도 일부 지연됐다.

이후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미국 정규장 개장 시각인 오후 10시30분 전까지 결제 취소를 마쳤다. 하지만 거래량 규모가 타사 대비 큰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는 미 증시 개장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은 국내 증권사들에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주간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거래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학개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변동성 장세에 제 시간 주문을 내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수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데 매수를 못하게 하냐"며 "기가 막힌다"고 적었다. 또 다른 투자자 역시 "증권사들은 수수료는 챙겨가면서 책임은 하나도 안 지려 하냐"며 "해외 거래소로 인한 것이라도 국내 증권사가 보상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밤 미 증시와 서학개미가 많이 투자한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들은 주가 변동폭이 컸다. 일례로 5일(현지시간) 미국 안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약 20% 폭락한 92달러에 시가가 형성된 후 약 30분 만에 낙폭을 줄여 100달러선을 회복했다.

반면 일각에선 "미 증시가 또 급락했지 않냐. 차라리 (계좌) 묶이는 게 속 편하다", "차라리 미국 주식 못 판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는 투자자의 의견도 나왔다.

증권사들은 현실적으로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자체 전산상 결함에서 비롯된 사태가 아니라 현지 대체거래소 측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상황 파악 후 내부 보상 규정에 따라 검토하겠다"면서도 "'증권사가 계좌를 막지 않았더라면 투자자가 어떤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을 것'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