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 사진=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 사진=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 일본 증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본은행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된 금리 인상이라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 당시 추가 인상도 이어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비난이 거세 당분간 추가 인상은 힘들 전망이다.

일본은행 출신으로, 현재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타고 노부야스는 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일본은행은 경제 지표와 시장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면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다는 것은 통계자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 및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과 일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추세가 유지되는 한 금리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5일 니케이종합지수가 12% 넘게 떨어지는 등 역대급 주가 폭락 사태가 나타나면서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너무 일찍 금리를 인상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하는 엔화가 10년 만의 최저치에서 반등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한 주 만에 달러 대비 8% 급등하면서 수출업체의 수익 전망이 악화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기 전까지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연말까지 일본은행이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연말까지 일본 기준금리가 현재 0.25%에서 0.5%로 오를 것으로 봤다.

일부에서는 이번 금리 결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한다. 아타고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요인이 배경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엔화 약세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권과 일본은행이 소통한 결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여당 고위 정치인 두 명이 지난달 금리 결정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달 22일 강연에서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으며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엔화가 너무 저렴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