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들이 마약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높고 이익을 주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학 마약 사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생의 정서적 불안감을 마약이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청년 마약 문제에 대한 대학 차원의 면밀한 대응책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본지가 입수한 '2024 대학생 마약사용 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서울 소재 A대학 378명 중 마약 투약자는 5명이었다. 전체 중 1.3%가량이었다. 해당 연구진은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빈도를 고려하면 10배 이상의 마약 경험·투약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전반적으로 마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았지만, 긍정적인 태도도 적지 않았다. 7점 척도를 기준으로 마약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4.25점으로 중간 이상이었다. 비만 치료를 위한 마약류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인식 등이다. 다만 마약이나 중독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역시 5점으로 높았다.

마약이 다양한 이익을 준다는 인식도 중간 이상이었다. 7점 척도를 기준으로 대학생들이 마약이 이익이 된다는 인식은 4.3이었다. 마약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주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차원이다. 마약이 △신체적 건강에 해를 미치고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손실을 준다는 인식은 5점이었다.

조사 대상 학생들은 마약 사용의 원인 중 '접할 기회의 증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유흥업소의 증가, 정부의 단속 소홀, 마약 정보의 과다가 뒤를 이었다. 다만 도덕성의 감소나 경기 침체 등을 원인으로 꼽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학생의 심리적 요인이 마약에 대한 긍정 인식과 이익 태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삶의 의미 인식이 낮고 △외로움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이익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또한 자기 통제 성향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이익에 대한 인식이 낮아졌다.

대학과 정부 기관 차원에서 마약 유·무 경험자의 심리적 요인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진은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은 마약 사용 의도를 높인다"며 "청년들이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를 총괄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 연합동아리 마약 유통 사건과 같이 학생들은 또래 집단에서 마약 투약에 대한 압박 받을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대학 차원에서 면밀한 실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대 사이에서 마약 범죄는 날로 늘고 있다. 지난해 20대 마약류 사범은 8368명으로 전년 대비 44.1% 증가했다. 전날 '대학 연합동아리 마약 유통 사건'을 담당한 남부지검 관계자는 "대학생 마약 투약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민적인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라 전하기도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