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밀·커피 하락 [원자재 포커스]
상품 수요 둔화 우려에 소맥·커피 등 하락
‘느린’ 태풍 덮친 플로리다 인근 작황 악화 우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주식 시장이 휘청인 가운데 원자재 시장에서도 밀, 면화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소맥 선물은 한때 전날 종가 대비 3.6%까지 하락했다.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도 면화(-0.13%)와 아라비카 커피(-2.08%)가 하락 마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옥수수(0.92%), 대두(1.31%)는 상승 마감했다.
급락 후 회복한 밀 선물 가격(사진=CME그룹, 블룸버그통신)
급락 후 회복한 밀 선물 가격(사진=CME그룹, 블룸버그통신)
경기 침체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며 농산물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는 상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거래일 연속 전날 대비 가격이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투매 수준의 매도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브로커리지 회사 아미어스의 리스크 매니저 빅토르 마틴은 “금융시장에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상품시장에서는 광범위한 매도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상품은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 등 펀더멘털에 따라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업컨설팅업체 애그리소스의 벤 버크너 역시 “오늘은 확실히 거시경제적 요인들에 의해 시장이 영향을 받은 날”이라면서도 “수요, 공급, 생산량 등 곡물 시장의 기본적인 경제 요건들은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 데비가 플로리다주를 덮치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사진=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 데비가 플로리다주를 덮치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사진=AP연합뉴스
오히려 곡물 시장은 이상 기후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새벽 열대성 폭풍 ‘데비’가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하면서 인근 지역의 농작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데비는 플로리다주 걸프 해안에 상륙해 이날 오후에는 플로리다 북부를 휩쓸며 최대 풍속이 시속 100㎞에 달하기도 했다. 이동 속도가 워낙 느려 피해도 극심하다. 옥수수, 면화, 대두 등의 주요 생산지이자 플로리다와 맞닿아있는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폭풍이 도착하기 전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기상정보 제공업체 상품 기상예보 그룹의 케이드 그로만 예보관은 “폭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은 옥수수, 면화, 대두가 주로 재배되는 지역의 동쪽 지역”이라며 “조지아 남동부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동부에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폭풍우는 이번 주 남동부 지역을 느리게 이동하면서 해안 근처 지역에 심각한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