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계약 취소해야겠어요" 발칵…'대형 악재' 터졌다
"전기차 충전소, 지상으로 이전설치 해주세요."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A씨는 6일 거주하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이 같은 글을 봤다. A씨 또한 공감했다. 최근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엄습한 탓이다. A씨는 "우리 아파트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나"라며 "전기차를 특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불안감 확산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인 EQE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께에는 충남 금산에서 주차돼있던 기아 전기차 EV6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 우려가 커지면서 사전 계약했던 전기차를 취소해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전기차 모델을 사전 예약했다는 한 누리꾼은 "어딜 가나 주차가 힘들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취소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오래된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 구매를 고려했다는 한 차주는 "충전 비용이 저렴해 알아봤는데 전기차 화재 뉴스를 접한 가족들이 구매를 말리는 바람에 구매 계획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의 지하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전기차 차주는 전기차 소유주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 아파트에서도 인천 청라 화재로 전기차는 지상 주차장만 이용하라는 공지가 왔다. 씁쓸하지만 수긍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 안양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차량은 경고장을 부착하기로 했다.

거주지뿐 아니라 산업계도 전기차의 지상 주차장을 권고하고 나선 상황.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 경기 파주 사업장 내 전기차 이용자는 지상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신규 충전소 또한 지상에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전기차 주차를 지상에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6일 오전 5시께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밑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사진=연합
6일 오전 5시께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밑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사진=연합

전기차 캐즘 돌파하나 했더니...안전성에 다시 발목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이전부터 지적돼온 것으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전기차는 화재 발생 시 불이 순식간에 확 붙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내연기관차보다 불길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사용협회가 지난해 11월 이볼루션과 함께 전기차 보유자와 비보유자 총 529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 '전기차 급발진, 화재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답변(35.9%)이 1위인 '전기차 충전 불편'과 1%포인트 미만 차이를 보일 정도였다.

완성차 업계도 덩달아 비상이다.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대중화 모델로 현 상황을 돌파하려던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현재 전기차 모델로는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비롯해 볼보 EX30, GM 이쿼녹스, 폴스타 폴스타4 등이 국내에서 본격 판매를 앞두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충전기는 대부분 완속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환경부는 최근 완속 충전기 과충전 방지를 위한 첨단장치 장착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도 "실제 차량을 이용한 과충전 방지 기능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는 방법만이라도 당장 갖춰 전기차 화재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