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 각국의 수입 규제가 작년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면서 수출 강국인 한국에 대한 견제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순항하던 한국 수출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진국도 신흥국도...'한국산' 견제

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대한 수입 규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수출품에 수입규제 조치를 발동 중인 국가는 총 26개국, 규제 건수는 214건에 달한다. 수입규제는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뜻한다.

2015년 166건이던 수입규제는 미국 트럼부 정부 출범(2017년)을 기점으로 확산된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점점 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228건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공급망 복원 분위기 속에 2022년 191건으로 둔화되는 듯 했지만 지난해 208건으로 반등 후 올해 상반기도 6건이 늘었다.

코트라는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 중심으로 한국산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새롭게 조사가 개시된 15건 가운데 미국(3건)을 제외한 12건이 인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 이뤄졌다.

수입 규제 항목도 평판압연, 아연도금강판, 에폭시수지, 고순도 테레프탈산, 폴리스틸렌과 같은 국내 철강, 화학 제품에 집중됐다. 신흥국들도 과거 한국처럼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에 나서면서 과거 수입에 의존해온 중화학공업 제품들의 국산화에 나선 것이다.

한편 선진국은 일몰 기한이 도래한 규제를 재심을 통해 연장하는 방식으로 한국산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상반기 최종 판정된 수입규제 19건 중 13건은 일몰 재심을 통해 규제가 연장됐다. 이 가운데 9건이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대구경 강관과 유입식 변압기를, 영국은 철강제품 15개 품목에 대한 규제 조치를 연장했다.

쇠락한 제조업 기반을 다시 살리려는 선진국과, 없던 제조업을 만드려는 신흥국 사이에서 한국이 '샌드위치'가 되는 양상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높아진 대미 의존도 리스크로 부상

한편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미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여온 우리 수출이 꺾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반도체 수요를 견인해온 인공지능(AI)붐이 사그러질 경우 반도체를 비롯해 IT제품, 전력기기까지 연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대미 수출은 745억달러로 전체 수출액(3923억달러)의 19%를 차지했다. 745억달러의 수출액은 동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4.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성장의 핵심 동력이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이젠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미 수출 호조세는 미국의 경기 개선, AI붐에 따른 반도체 등 연관 수요 증가세가 주도해왔다.

실제 지난 7월 전체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9.1%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대미 자동차 수출은 9.3% 증가했다. AI붐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로 일반기계 수출도 25.9%, 반도체 수출은 108.9% 증가했다. 이번 경기 침체 공포가 시장 일각의 예측처럼 미국 내 경기 둔화와 AI캐즘(수요의 일시적 둔화)으로 이어질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항목들이다.

하지만 아직 수출의 향방을 확인하긴 시기상조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시장 전망치(4.1%)를 웃돌고, 제조업 구매관리자(PMI)지수가 48.5로 떨어지긴 했지만 단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2.8%로 견조한 만큼 섣불리 침체로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