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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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강모씨(37)는 이달 이사를 앞두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이하 허그)에 신생아 특례 전세대출을 신청했다가 속앓이하고 있습니다.

강씨가 허그에 신생아 특례 전세대출을 신청한 것은 지난 6월입니다. 당시 허그는 강씨가 현재 전세 임대를 살고 있다는 이유로 부적격 처리했습니다. 강씨는 재신청하면서 이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소명했는데 이번엔 아내가 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라며 거절당했습니다. 허그가 이전에 살았던 임대주택에 아직도 거주 중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강씨는 자격에 대한 부적격 이유를 소명해 다시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자산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허그가 현재 거주 중인 전셋집 전에 거주한 전셋집 보증금을 합산, 자산으로 잡은 것이었습니다.

이를 재차 소명해 허그로부터 결국 적격 판정을 받은 강씨는 지난달 말에야 은행으로 관련 서류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은행에서 잔금 기일이 촉박하다면서 대출을 거부했습니다. 은행 측에서는 "아무리 빠르게 처리해도 내달 말에나 대출이 나온다"고 강씨에게 통보했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강씨와 같은 신생아 특례 대출 심사 관련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퇴짜'를 맞았다는 경험기가 종종 올라오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허그가 예비 차주의 자격, 자산을 검증할 때 사용하는 심사 플랫폼에서 스크래핑 오류가 발생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크래핑은 웹이나 앱 등에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금융 플랫폼 등에서 자주 쓰입니다.

문제는 허그가 자산을 들여다볼 때 전입신고 여부로 기준을 삼는 과정에서 전입 신고된 모든 집이 스크래핑 돼 자산으로 잡히면서 이런 사례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강씨가 제공한 신생아 특례 버팀목 대출 관련 현황. 사진=독자 제공
강씨가 제공한 신생아 특례 버팀목 대출 관련 현황. 사진=독자 제공
강씨는 "허그 콜센터에 문의했을 땐 잔금 기일이 촉박해도 대출이 빠르게 나올 테니 걱정 말라는 식이었다"며 "신생아 가구를 지원한다더니 되지도 않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계약금만 날리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허그 측에선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허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입 신고일을 기준으로 대출 자격을 판단하는데 해당 시스템상에 문제가 없다는 게 자체적인 판단"이라면서 "잔금 기일이 촉박해도 대출이 나올 수 있도록 이미 시중은행과도 협의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 신청자들과 관련한 피해 보상에 대해선 회사가 해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에 연 1.2~3.3%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 대상입니다. 소득 기준은 현행 부부합산 1억3000만원이나 하반기 내 2억원으로 상향할 예정입니다.

금리가 낮다 보니 올해 들어서만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신생아 특례대출에 몰렸습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29일부터 6월 21일까지 총 5조8597억원(2만3412건)의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디딤돌 대출(주택 구입 자금) 신청이 4조4050억원(1만5840건)으로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습니다. 버팀목 대출(전세 자금)은 7572건, 1조4547억원이 접수됐습니다.

지역별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을 받은 가구 중 약 33%(5269건)는 경기도에 집을 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액으로는 전체 디딤돌 대출 신청액의 약 36%(1조6171억원) 수준입니다. 이어 인천 8%(1279건, 3765억원), 서울 7%(1216건, 4415억원) 순입니다. 버팀목 대출 신청도 경기도가 2747건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습니다. 서울(1552건), 인천(554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