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에서 20년에 걸쳐 대규모 복합개발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엔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있다. 사업비 90%가량을 단기 금융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하는 국내 개발사업과 다르게 미쓰이·미쓰비시·모리 등 일본 대형 디벨로퍼는 우량 자산을 리츠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뒤 이를 개발에 투입한다. ‘자기자본’ 비중이 월등히 높아 금리 변동에 흔들리지 않은 것도 장기간 개발을 이끌 수 있었던 요인이다.

日, 복합개발 때 리츠로 자금조달…韓은 사업비 90% PF에 의존
6일 일본 부동산증권화협회에 따르면 일본 리츠(J-REITs)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14조7700억엔, 편입자산 총액은 23조1600억엔에 달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한국(시가총액 8조원, 편입자산 22조원)보다 20배 크다. 일본 리츠가 규모를 불린 배경에는 도입 초기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탄탄한 스폰서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본 대형 디벨로퍼는 대표 리츠를 가지고 있다. 미쓰이부동산은 최대 규모 리츠인 일본빌딩펀드, 미쓰비시지쇼는 2위인 일본부동산투자신탁, 모리빌딩은 모리힐스리츠 등을 보유했다. 모리힐스리츠의 대표 자산은 도쿄의 ‘트로피 애셋’(상징성 있는 자산)으로 불리는 롯폰기힐스 모리타워다. 리츠 자산 대부분이 도쿄 도심인 미나토구에 있어 공실률이 0.8%로 낮다는 게 특징이다.

미쓰이의 일본빌딩펀드는 총 69개 자산을 거느린 초대형 리츠(1조4656억엔)다. 미나토구·주오구·지요다구·신주쿠구·시부야구 자산 비중이 65%에 달하고, 공실률은 2%에 불과하다. 미쓰비시의 일본부동산투자신탁은 도쿄역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UFJ 신탁은행 본사가 대표 자산이다. 이 리츠를 맡아 운용하는 신탁은행의 본사를 대표 자산으로 편입해 신뢰를 높였다.

일본 리츠는 차입 비중이 작아 금리에 덜 노출돼 있다. 일본빌딩펀드의 담보인정비율(LTV)은 건물마다 36~46%로 관리되고 있다. 통상 60%대 중반인 한국 리츠와는 차이가 크다. 디벨로퍼의 신용도가 높아 대출에 따른 부담도 작다.

도쿄도 서울처럼 사무실 근무를 선호해 오피스 임대료가 높은 것도 리츠가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배당수익률은 연 4%로 일본은행(BOJ) 기준금리보다 높다. 2003년 이후 배당과 주가수익률을 더하면 연평균 8.3%로, 서울 아파트 상승률보다 높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