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데르밋 길 "美 경제 유연성·민간 주도 배워야 한국도 발전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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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르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투자·교육·혁신 3단계 거친
韓 개발 모델은 개도국 교과서
이젠 '성장 선생님' 역할해야"
인데르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투자·교육·혁신 3단계 거친
韓 개발 모델은 개도국 교과서
이젠 '성장 선생님' 역할해야"
“한국은 ‘중진국 함정’ 탈출의 ‘슈퍼스타’입니다.”
인데르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5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 등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길 이코노미스트가 주도한 세계은행 연구진은 지난 1일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2024 세계 개발 보고서에서 중진국이 겪는 성장의 어려움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성장경로를 투자(investment), 교육을 통한 노동력 성장(infusion), 혁신 능력 확보(innovation)의 3단계 과정으로 묘사(‘3i 전략’)하며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모델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108개 국가의 상황을 다뤘지만, 이 보고서의 진짜 영웅이자 스타는 한국”이라며 “한때는 중진국이었으나 지금은 세계은행이 정한 고소득(1인당 약 1만4050달러) 기준의 두 배에 이르는 소득을 달성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농업 부문 토지개혁이 빨리 이뤄진 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해외 진출에 성공한 점, 적정한 복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한 점, 부유층과 빈곤층 간 교육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많은 투자를 한 점 등을 꼽았다.
최근 한국이 추가적인 성장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 소득 수준에 도달한 뒤 성장동력이 약화된 국가들이 겪는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문제”라며 “미국, 독일도 한국처럼 현 소득 수준에 ‘갇혀 있다’고 여긴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경제는 고소득 국가가 되면 성장보다 경기 순환 문제를 다루게 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이 된 이후 한국이 참고할 사례로는 미국 경제를 꼽았다. 그는 “미국 경제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매우 탄력적인 민간 부문이 역동적이고 강한 경제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공공정책이 경제 변동성을 키우기보다 안정시킨다는 것도 한국이 배울 만한 점”이라고 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우려 사항으로 최근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보호주의적 경향이 강해지는 점을 꼽았다. “무역, 해외투자, 지식 교환 등 국제적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어 “(자국에서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생산 요소가 분산된 탄력적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갖춘 나라가 이런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남은 과제로 길 이코노미스트는 “혁신을 지속해 최첨단 글로벌 아이디어와 글로벌 제품을 만들어내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것과 이런 성장의 경로를 다른 나라에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꼽았다. 경제활동의 에너지 밀도(탄소배출 집약도)를 줄이고 기업 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대기업 중심이던 각종 규칙을 보다 균형 잡힌 형태로 바꾼 게 좋은 사례”라며 “이 같은 변화는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문제”라고 거듭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인데르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5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 등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길 이코노미스트가 주도한 세계은행 연구진은 지난 1일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2024 세계 개발 보고서에서 중진국이 겪는 성장의 어려움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성장경로를 투자(investment), 교육을 통한 노동력 성장(infusion), 혁신 능력 확보(innovation)의 3단계 과정으로 묘사(‘3i 전략’)하며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모델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108개 국가의 상황을 다뤘지만, 이 보고서의 진짜 영웅이자 스타는 한국”이라며 “한때는 중진국이었으나 지금은 세계은행이 정한 고소득(1인당 약 1만4050달러) 기준의 두 배에 이르는 소득을 달성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농업 부문 토지개혁이 빨리 이뤄진 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해외 진출에 성공한 점, 적정한 복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한 점, 부유층과 빈곤층 간 교육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많은 투자를 한 점 등을 꼽았다.
최근 한국이 추가적인 성장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 소득 수준에 도달한 뒤 성장동력이 약화된 국가들이 겪는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문제”라며 “미국, 독일도 한국처럼 현 소득 수준에 ‘갇혀 있다’고 여긴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경제는 고소득 국가가 되면 성장보다 경기 순환 문제를 다루게 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이 된 이후 한국이 참고할 사례로는 미국 경제를 꼽았다. 그는 “미국 경제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매우 탄력적인 민간 부문이 역동적이고 강한 경제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공공정책이 경제 변동성을 키우기보다 안정시킨다는 것도 한국이 배울 만한 점”이라고 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우려 사항으로 최근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보호주의적 경향이 강해지는 점을 꼽았다. “무역, 해외투자, 지식 교환 등 국제적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어 “(자국에서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생산 요소가 분산된 탄력적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갖춘 나라가 이런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남은 과제로 길 이코노미스트는 “혁신을 지속해 최첨단 글로벌 아이디어와 글로벌 제품을 만들어내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것과 이런 성장의 경로를 다른 나라에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꼽았다. 경제활동의 에너지 밀도(탄소배출 집약도)를 줄이고 기업 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대기업 중심이던 각종 규칙을 보다 균형 잡힌 형태로 바꾼 게 좋은 사례”라며 “이 같은 변화는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문제”라고 거듭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