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차세대 성장동력은 '색조'…기업들 앞다퉈 투자
그간 ‘K뷰티’는 기초 화장품(스킨케어 제품)의 강자였다. 다양한 인종의 피부 색상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까다로운 색조 화장품 시장에선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색조 화장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미국 등지의 10대 사이에서 K팝 아이돌 화장법 등이 SNS를 타고 확산한 영향이다. 화장품 기업들은 색조 제품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6일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급성장하는 메이크업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자 생산 가능 수량을 늘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코스맥스 국내와 글로벌 공장의 메이크업 제품 생산 가능 수량은 약 13억3000만 개로 전년 동기 대비 32%가량 증가했다. 코스맥스는 올해 1월 색조 화장품 전용 신규 공장인 평택 2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콜마는 지난달 세계 최대 색조 원료사인 센시언트뷰티와 신규 색소 및 원료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약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센시언트뷰티는 전 세계에 40개가 넘는 색조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콜마는 센시언트뷰티가 제공하는 신규 색소를 활용해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콜마는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 색조 제품 개발 라운지인 ‘컬러 아뜰리에’를 열었다.

최근 화장품 업체의 인수합병(M&A)도 색조 브랜드에 집중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달 초 인수한다고 발표한 어뮤즈는 일본 Z세대 팬덤을 보유한 뷰티 브랜드다. ‘장원영(아이돌 가수) 틴트’(사진) 등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 색조 브랜드 ‘힌스’를 인수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5월 색조 브랜드 ‘티르티르’에 이어 6월 ‘라카’를 잇달아 사들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6억4200만달러(약 87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수치다.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6억97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4300만달러(약 1조42000억원)로 증가했다. 기초 화장품(63억9400만달러)과 비교하면 작지만 성장률은 더 높다. 지난해 기초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의 전년비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5.2%, 16.1%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