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이냐 AI냐…진퇴양난 SKT 주주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SK텔레콤(이하 SKT)을 향한 소액 주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적극적인 인공지능(AI) 사업 투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투입된 비용에 비해 성과는 저조해서다. 높은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기도 했지만 빠르게 현금성 자산이 소진되는 상황이라 추가 배당 여력은 적다는 평가다.
6일 SKT는 지난 2분기 매출액 4조4224억원, 영업이익 537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6.0% 늘어난 호실적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경 실적이 공개되자 3% 넘게 상승 중이던 회사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종가는 5만18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19%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각각 3.30%, 6.01%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 빅테크에서 시작된 AI 거품론…호실적보다는 지출에 주목
SKT를 향한 시장의 눈길이 싸늘해진 건 AI에 대한 기대감을 실적이 충족시켜주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SKT는 일찌감치 AI에 대한 통큰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22년 12월 코난테크놀로지에 6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이듬해 2월과 4월, 12월에는 차례대로 앤트로픽(1억달러), 스캐터랩(150억원), 올거나이즈(400만달러)에 투자했다. 올해 2월과 6월에는 람다(2000만달러)와 퍼블렉시티(1000만달러)에 투자했다. 지난달에는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에 2억달러의 지분 투자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는 아직까진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59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34%에 불과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1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투자한 수천억원은 지금까지는 고스란히 비용이 된 셈이다. 유영상 SKT 대표가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데이터센터 사업을 통해 AI 분야에서 수익을 거두겠다'는 포부가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다.
SKT가 AI 관련 성과로 내세운 '에이닷(통화녹음·요약)'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해 9월 180만명에서 올해 6월 46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SKT의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38.00%(3139만명)에서 올해 5월 37.05%(3195만명)로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당분간 회사의 AI 관련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의 패권 경쟁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SKT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AI 투자와 기업 밸류에이션의 미스매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빚어지고 있는 이슈다. 막대한 비용을 AI 투자에 쏟고 있지만 수익화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4~6월 실적에서 MS의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 10% 늘었다. 하지만 1년 전보다 78%나 늘어난 자본지출이 더 크게 부각되며 주가는 급락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자본지출이 늘어난 점이 악재로 작용하며 호실적을 발표한 지난 24일 주가가 5% 가량 빠졌다.
◆ 줄어드는 현금성 자산…밸류업 매력 '글쎄'
SKT의 AI 투자가 아직까지는 매출로 직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심은 커진 상황이다.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배당금 증액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SKT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1조7934억원으로 직전 분기(2조736억원) 대비 13.51% 줄었다.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1분기 1조18억원에서 2분기 현재 7540억원으로 24.74% 감소했다.
올해 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서는 높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SKT를 밸류업 수혜주로 꼽았지만 이같은 매력도가 크게 퇴색되는 분위기다. 올해 4월 SKT는 매년 연결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배당과 자사주매입·소각)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AI 관련 투자로 지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이날 SKT가 발표한 2분기 배당금은 주당 830원으로 기존과 동일했다.
지난해부터 SKT는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로(SKB)부터 2년 연속 1495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SKB의 지난해 당기순이익(2028억원)의 73.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회사를 통한 현금유입이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될지, AI 투자의 재원으로 활용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6일 SKT는 지난 2분기 매출액 4조4224억원, 영업이익 537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6.0% 늘어난 호실적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경 실적이 공개되자 3% 넘게 상승 중이던 회사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종가는 5만18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19%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각각 3.30%, 6.01%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 빅테크에서 시작된 AI 거품론…호실적보다는 지출에 주목
SKT를 향한 시장의 눈길이 싸늘해진 건 AI에 대한 기대감을 실적이 충족시켜주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SKT는 일찌감치 AI에 대한 통큰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22년 12월 코난테크놀로지에 6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이듬해 2월과 4월, 12월에는 차례대로 앤트로픽(1억달러), 스캐터랩(150억원), 올거나이즈(400만달러)에 투자했다. 올해 2월과 6월에는 람다(2000만달러)와 퍼블렉시티(1000만달러)에 투자했다. 지난달에는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에 2억달러의 지분 투자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는 아직까진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59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34%에 불과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1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투자한 수천억원은 지금까지는 고스란히 비용이 된 셈이다. 유영상 SKT 대표가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데이터센터 사업을 통해 AI 분야에서 수익을 거두겠다'는 포부가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다.
SKT가 AI 관련 성과로 내세운 '에이닷(통화녹음·요약)'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해 9월 180만명에서 올해 6월 46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SKT의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38.00%(3139만명)에서 올해 5월 37.05%(3195만명)로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당분간 회사의 AI 관련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의 패권 경쟁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SKT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AI 투자와 기업 밸류에이션의 미스매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빚어지고 있는 이슈다. 막대한 비용을 AI 투자에 쏟고 있지만 수익화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4~6월 실적에서 MS의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 10% 늘었다. 하지만 1년 전보다 78%나 늘어난 자본지출이 더 크게 부각되며 주가는 급락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자본지출이 늘어난 점이 악재로 작용하며 호실적을 발표한 지난 24일 주가가 5% 가량 빠졌다.
◆ 줄어드는 현금성 자산…밸류업 매력 '글쎄'
SKT의 AI 투자가 아직까지는 매출로 직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심은 커진 상황이다.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배당금 증액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SKT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1조7934억원으로 직전 분기(2조736억원) 대비 13.51% 줄었다.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1분기 1조18억원에서 2분기 현재 7540억원으로 24.74% 감소했다.
올해 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서는 높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SKT를 밸류업 수혜주로 꼽았지만 이같은 매력도가 크게 퇴색되는 분위기다. 올해 4월 SKT는 매년 연결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배당과 자사주매입·소각)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AI 관련 투자로 지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이날 SKT가 발표한 2분기 배당금은 주당 830원으로 기존과 동일했다.
지난해부터 SKT는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로(SKB)부터 2년 연속 1495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SKB의 지난해 당기순이익(2028억원)의 73.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회사를 통한 현금유입이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될지, AI 투자의 재원으로 활용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