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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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플랫폼 생태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형님 격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외부 이슈에 위축돼 있고, 주요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은 적자에 허덕인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딥테크로 쏠린 투자업계 분위기에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날개 꺾인 네카오, 문 닫는 스타트업…전방위서 '경고등'

플랫폼 생태계 ‘사면초가’

날개 꺾인 네카오, 문 닫는 스타트업…전방위서 '경고등'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석 달 전보다 23.5%, 네이버는 18.6% 주가가 떨어졌다. 카카오는 창업자가 구속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 역시 라인야후 사태로 구설에 오르며 글로벌 비즈니스에 한계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양대 빅테크로 불리는 회사지만 국내 비즈니스 확대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며 “정무적 이슈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2년 전 60.4%에서 지난달 55.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구글 점유율은 29.2%에서 35.6%까지 올랐다. 카카오톡 역시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이용자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에선 내수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해온 두 회사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에 선제 투자할 때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플랫폼 생태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망 플랫폼에 투자하고 인수하면서 선순환을 이뤄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 네이버 투자조직 D2SF의 투자는 2건뿐이다. 카카오벤처스도 투자가 12건에 불과했다. 국내 벤처 투자 중 플랫폼 비중은 2021년 3분기 55.7%에서 지난해 4분기엔 8.9%로 급락했다.

유니콘기업급 플랫폼들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투자 혹한기에 들어서면서 마케팅비를 태워 이용자를 모으고 그 이후 수익모델을 찾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컬리, 직방, 오늘의집 등 주요 플랫폼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 기업의 구주를 거래할 때도 기존에 시장에 알려진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지분이 오간다. 신흥 플랫폼기업에서 혁신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견 플랫폼기업의 몸값 하락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새벽배송, 에이블리의 AI 상품 추천처럼 기업이 먼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 혁신을 이끌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고 말했다.

덩치에서도 밀리는 중소 플랫폼들은 백척간두의 상황에 내몰렸다. 과거 유망 기업으로 평가돼 투자받은 이력이 있는 곳 중 올 상반기 폐업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38곳에 달한다. 제조(9곳), 게임(3곳) 등보다 훨씬 많다.

“티메프 불똥이 혁신 막을 수도”

한국은 플랫폼 이용자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데 걸림돌이 많은 시장이다. 소상공인과 라이더 등이 플랫폼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이들을 홀대하면 노조, 정치권 등에서 곧바로 견제가 들어온다. 배달의민족이 최근 수수료 인상 과정에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티메프(티몬, 위메프) 사태까지 겹치면서 플랫폼업체들의 고민이 더 커졌다. 플랫폼기업 전체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가 쏟아지면 안 그래도 얼어붙은 생태계가 아예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위원회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플랫폼을 규제할 온라인플랫폼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티메프 때문에 플랫폼 전체를 부정적으로 봐선 곤란하다”며 “플랫폼들이 새로운 실험과 혁신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규제로 위축될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