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셔먼법과 구글의 운명
19세기 미국 경제 발전의 기폭제는 남북전쟁(1861~1865년)이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각종 군수품의 대량생산이 이뤄졌고 철도와 선박 등 운송, 통신기술이 발달했다. 전쟁 후엔 전국 단위 시장이 출현했고 커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수직 또는 수평으로 통합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탄생한 거대 기업은 트러스트(기업연합)라고 불렸으며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 철도왕 밴더빌트 등이 트러스트를 지배한 기업인들이다.

트러스트는 가격 담합, 리베이트 수수,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자 존 셔먼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반트러스트법을 발의, 1890년 시행됐다. 셔먼법이라고 불리는 최초의 반독점법에 따라 1911년 스탠더드오일이 34개 회사로 분할됐고 같은 해 아메리칸타바코는 16개 회사로 쪼개졌다. 이후 셔먼법을 보완하는 클레이튼법과 연방거래위원회(FTC)법이 만들어졌으며 법무부와 FTC를 양대축으로 하는 미국 공정거래 체계가 완성됐다.

공정 경쟁과 소비자를 우선하는 미국 정부와 법원의 의지는 강했다. 미국 방송산업을 장악한 NBC가 1942년 2개로 나뉘었고 통신시장을 지배한 AT&T는 지역사업자 7개로 분할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운영체제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 것이 셔먼법 위반 판정을 받아 1998년 1심에서 2개 회사로 분할 명령을 받았으나 이후 끼워팔기를 하지 않고 빌 게이츠가 물러나기로 하는 등 협상으로 분할을 면했다.

어제 구글이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독점 금지 조항인 셔먼법 2조를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구글이 스마트폰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 등에 260억달러를 지급한 것이 독점 추구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 이번엔 반독점 판단만 내려졌고 구체적 처벌은 추후 결정된다. 최악의 경우 분할 명령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이 항소하겠지만 연방대법원이 구글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1998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학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차고에서 세운 세계 1위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