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북한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였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개막한 1956년 8월 30일, 북한 내 연안파와 소련파 계열은 김일성의 독재 체제와 개인숭배를 공개 비판하며 김일성 중심의 정치 세력을 당에서 축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거센 반발을 받으며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김일성은 이 사건을 주동한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했고,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1인 지배의 독재 권력 기반을 공고히 했다.

‘8월 종파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북한의 권력 투쟁으로 여겨진다. 북한의 독재 세습 체제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사 연구자인 김재웅 박사는 <예고된 쿠데타, 8월 종파 사건>에서 이 사건의 전후 과정을 두루 다뤘다.
북한 '8월 종파 사건' 아시나요, 김일성 1인 독재의 서막 [서평]
북한의 공식 역사에서 8월 종파 사건은 “극악무도한 반혁명 분자들이 체제를 전복할 목적 아래, 의도적으로 당에 잠입해 오래전부터 꾸며온 치밀한 모략”으로 평가돼 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국내 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분파 투쟁이나 경제 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뿐만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 와해, 김일성의 항일투쟁사 왜곡 등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기 때문에 종파 사건이 아니라 ‘8월 사건’ 또는 ‘8월 전원회의 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파’라는 단어는 김일성이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그들에게 찍은 낙인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책은 소련 외무성이 작성한 문서와 소련 주재 북한대사인 이상조가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니키타 흐루쇼프의 스탈린 비판 연설, 폴란드의 포즈난 폭동, 소련 공산당과 중국 공산당의 분쟁 등 국제적 사태가 북한의 8월 종파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피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저자는 8월 종파 사건의 한 주역이었던 이상조가 김일성에게 보낸 편지도 소개한다. “혁명가로서 진리를 위해 죽음을 택할지언정, 아첨과 굴종의 길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역사가 이 사실을 평가해주겠지요. … 진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을 고수한 채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할 따름입니다.”

총 652쪽에 이르는 책의 분량만큼 방대한 역사적 내용을 촘촘하게 다루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 벌어진 권력 투쟁의 이면과 북한 사회의 현실을 담아 ‘종파주의자’로 누명 씌워진 8월 사건의 주역들을 재평가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