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했지만 조정 끝 아냐"…9월 6일까지는 변동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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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어라운드 화요일'(Turnaround Tuesday)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초반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unwind)을 촉발한 엔화 강세가 한풀 꺾이자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나스닥은 한때 2.5% 넘게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장 막판 한 시간 동안 매물이 쏟아지면서 뉴욕 증시는 1% 안팎 반등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투자 심리는 지난 이틀간의 '패닉'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조정이 끝났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당분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어질 수 있고요. 펀더멘털하게는 미국의 경기 침체 논란이 지속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다음 달 6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8~10월에 들어간 데다, 대선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6일 일본에선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BOJ)이 3자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특별한 대책이 나오진 않았지만, 투자 심리 안정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ING는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 특히 급격한 엔화 상승으로 인해 BOJ의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아졌다. 단기 시장 변동성은 BOJ의 정책 정상화 방향을 바꾸지 않겠지만, 속도는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예측 속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6엔 대로 올라섰습니다. 월요일 141엔에 비해선 짧은 시간에 크게 후퇴한 것이죠. 월요일 12% 폭락했던 일본의 닛케이 225 지수는 10.23% 반등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잠잠해지자 세계 금융 시장에서도 지난 며칠간 현기증 나게 움직였던 주식, 채권, 금, 암호화폐까지 각종 자산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8%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곧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한때 2.5% 넘게 치솟기도 했습니다.
월가에서 나온 보고서들이 저가 매수를 부추겼죠. 골드만삭스는 1980년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S&P500 지수가 5% 하락한 뒤 매수하면 돈을 벌었다고 밝혔습니다. 3개월 뒤 상승했을 확률이 84%에 달했고, 수익률은 중간값 기준으로 6%에 달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골드만삭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에 따르면 헤지펀드 고객들은 지난 월요일 폭락 장 속에서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술주를 매수했습니다. JP모건은 월요일 기관투자자들이 14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는 줄었습니다. 미국의 6월 무역수지 적자는 731억 달러로 전월 대비 19억 달러(-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은 전월보다 39억 달러(1.5%) 증가했고, 수입은 20억 달러(0.6%) 늘어난 데 따른 것입니다. 수출 증가와 무역적자 감소는 성장에 플러스 요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무역 데이터가 나온 뒤 3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연율 2.6%로 유지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의 경우 최근 경제 데이터를 고려해 기존 2.5%에서 2.9%로 높였습니다. 이는 경제 침체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매우 먼 것입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2분기 미국 가계의 부채 신용 데이터를 보면 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 등 총 가계 부채는 2분기 1090억 달러(0.6%) 증가해 17조80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총 연체율 3.2%는 이전 분기와 변동이 없었습니다. 기업들이 꾸준히 좋은 2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는 것도 분위기 안정에 도움이 됐습니다. 어제 장 마감 뒤 철도회사인 CSX(+2.61%)는 다리 붕괴로 인해 볼티모어 항구가 중단 사태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슷했고 순이익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거래량은 2% 증가했습니다. 또 팰런티어(+10.38%)는 매출과 순이익 모두에서 월가 추정을 뛰어넘었으며,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내놓았습니다. 오늘 아침 캐터필러(+3.04%)는 매출은 1년 전보다 감소했지만, 이익이 월가 추정치를 뛰어넘으면서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마진과 현금 흐름이 모두 증가한 덕분입니다. 우버(+10.89%)는 매출이 16% 증가했고 총 예약은 19% 늘었습니다. 주당 47센트의 이익을 보고해 컨센서스 31센트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금리가 크게 올랐습니다. 소폭 오름세로 출발한 뒤 주가가 폭등세를 보이자 추가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 1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0.7bp 오른 3.889%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3.908%까지 반등했습니다. 2년물 수익률도 10bp 상승한 3.981%를 기록했습니다. 국채 3년물 경매(580억 달러) 결과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최근 금리가 워낙 떨어지는 바람에 수요 감소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괜찮았습니다. 응찰률은 2.551배로 최근 6회 평균인 2.569배보다 살짝 낮았지만, 발행 금리는 3.810%로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 3.812%보다 0.2bp 낮게 형성됐습니다. 발행 금리 3.810%는 지난달 4.399%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16개월 내 최저입니다. 삭소 뱅크는 "이번 주 국채 경매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환수하고 있는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런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죠. 다만 3년물보다는 내일, 모레 이어지는 10년, 30년 경매가 더 중요합니다.
시장이 안정을 되찾다 보니 Fed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일부 수정됐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9월 50bp 인하 기대가 어제 85%에서 오늘은 70%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9, 11, 12월 각각 25bp 인하를 예상하는데요. 브렛 라이언 이코노미스트는 "7월 고용보고서의 약세가 허리케인 베릴과 같은 일회성 문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추세가 시작된 것인지 확인하려면 추가 데이터(8월 고용보고서)를 살펴봐야 한다. Fed는 한 달 데이터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위험이 커졌고 Fed가 공격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도 어제 "실업률이 6월 4.1%에서 7월 4.3%로 상승한 것은 덜 우려스러운 요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다"라며 영구 해고가 아닌 일시 해고가 증가한 것 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다음 회의까지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리오스 기자도 "9월 FOMC에서 더 큰 대응이 있으려면 향후 몇 주 동안 경제 전망이 더욱 악화하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약한 7월 고용보고서가 새 추세를 나타낸다면 50bp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리는 건 매우 이례적일 것이다. 그건 일반적으로 증시 침체를 훨씬 넘어서는 금융 시장의 현저한 악화(혼란)가 있을 때 발생한다"라고 썼습니다. 오후 3시까지는 뉴욕 증시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2% 넘게 오르면서 어제 손실을 대부분 되찾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3시 전후로 다시 매물이 몰려나왔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1.04%, 나스닥은 1.03% 상승했고 다우는 0.76% 오르면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엔비디아가 3.78%, 메타가 3.86% 오르면서 반등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전날 미 법무부가 제기한 검색 시장에서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알파벳은 0.06% 하락했고 애플은 0.97% 떨어졌습니다. 애플이 구글 소송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된 탓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웹브라우저에 구글 검색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대가로 구글로부터 해마다 엄청난 돈을 받아왔는데요. 2022년에만 200억 달러를 받은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죠. 이는 애플의 연 매출의 5%를 웃돕니다. 반면 검색 시장이 열리면 수혜를 볼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1.13% 상승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구글에 대한 판결은 애플이 매년 구글로부터 받는 200억 달러 이상의 금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잠재적인 미래의 해결책이나 일정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지난 이틀보다는 훨씬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변동성을 유발했던 핵심 요인은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시장은 '과매도' 상태이며 단기 반등할 수 있지만, 의문은 시장을 연쇄 매도로 몰고 간 침체 우려가 완화되었는지다. 변동성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변동성은 미국의 7월 고용 데이터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에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는 "연착륙 시나리오 속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이 완벽에 가깝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 데이터가 약화하고 Fed는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의향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이 불안해졌다"라고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 딜레마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는 6주 남았고, 시장이 최근 며칠처럼 거래되는 한 투자자들에겐 평생처럼 느껴질 긴 시간이 될 것"이라며 "시장은 참을성이 없으므로 Fed가 시장 희망을 들어들 때까지는 높은 변동성 속에 계속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대로 Fed가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윌슨 CIO는 "결론적으로, 더 나은 성장 데이터나 Fed 풋, 즉 금리 인하에 대해 더 나은 안도감이 생길 때까지 시장은 단기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이런 두 가지 모두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부터 9월 17~18일 개최되는 FOMC 회의 전까지 나올 주요 데이터에는 ▲8월 14일 7월 소비자물가(CPI) ▲8월 30일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있고요. ▲9월 6일 8월 고용보고서 ▲9월 11일 8월 CPI가 나옵니다. 현재 무엇보다 투자자 이목이 쏠리는 게 고용 데이터인데요.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오려면 정확히 한 달 남았습니다.
윌슨 CIO는 "주가 밸류에이션이 저렴하다면 시장은 그걸 바탕으로 안정을 찾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여전히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의 20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고 가정하고 추정한 공정 가격 주가수익비율(P/E)도 19배 정도"라면서 "이는 P/E가 지금보다 10% 정도 낮은 17~18배로 낮아질 때까지는 실제로 저렴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이번 변동성을 촉발했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기술적 측면에서 이를 증폭시켰는데요. 이런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 관측입니다.
JP모건의 에린담 샌디야 글로벌 외환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헤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를 하는 커뮤니티 내에서는 50~60% 정도 해소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좋은 사례는 현재 수준에서의 시장 안정화"라면서 "이런 (급격한 청산이 나타났던) 때 대부분은 그 속도는 느리더라도 청산 움직임이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거래는 주식처럼 중앙에서 추적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는 없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풀렸는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집계하는 비상업 거래자의 엔화 선물 포지션에 대한 주간 데이터"라고 밝혔습니다. 비상업 거래자는 헤지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자를 뜻하는데요. 이들이 보유한 순 엔화 포지션은 2021년 3월 이후로 순매도 상태를 보여왔습니다. 엔화 약세에 베팅한 것이죠. 지난 7월 초엔 순매도 포지션은 18만 계약(14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가 급격히 청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에버코어는 "지난 7월 30일까지 3주간 순매도 포지션은 7만3000계약(60억 달러 규모)으로 줄었고 지금은 3만2000개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중립적 포지션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많은 트레이드가 청산된 만큼 지난 며칠처럼 폭력적인 풀림 현상은 덜하거나 없을 수 있습니다. 라보뱅크는 "이제 많은 엔화 단기 매도 포지션이 정리되었으므로 시장이 펀더멘털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으로 며칠 동안 미 달러 가치의 회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3~6개월 관점에서 보면 엔·달러 환율은 떨어지는 흐름(엔화 강세)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다수입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최근 시장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1987년 블랙 먼데이와 비교합니다. 1987년 10월 19일 하루 만에 다우 지수가 23% 하락했었죠. 야데니는 "무섭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적 파멸의 징조는 아니었다"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폭락은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졌거나 곧 빠질 것이라는 의미였지만,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시장 내부(레버리지 거래 누적)와 더 관련이 있었다. 지금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해도 주가는 1월부터 8월에 사상 최고치에 이르기까지 39%나 폭등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했죠. 올해 6월 말까지 8개월 동안 33% 오른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 뒤 10월 18일까지 일주일간 거의 10% 내렸는데요. 블랙먼데이가 터진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 하락 폭은 정점에서 25%에 달했습니다. 당시 블랙먼데이 이후 반등하긴 했지만 여러 차례 추가 하락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11월 말부터 본격적인 반등이 나타났죠.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요.
VIX는 28.16% 하락해 27.71까지 떨어졌습니다. 어제 아침에 65.73까지 올랐었다가 38.67로 마감했었는데요. 데이터 트랙 리서치는 이런 VIX 움직임은 가장 최근 2015년 8월, 2018년 2월과 비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한 촉매가 없다면 진짜 투자 가능한 바닥이 나타나기 전까지 4~6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2015년 VIX가 35.3의 정점을 쳤을 때 S&P500 지수는 바닥을 찾았지만 한 달 뒤에 다시 바닥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에는 VIX가 40수준까지 치솟은 지 사흘 만에 S&P500 지수가 단기 저점을 만들었는데, 6주 뒤에 다시 그 수준까지 또 한 번 더 떨어졌었다는 것이죠. 물론 과거처럼 4~6주간 단기 랠리는 여러 차례 있을 수 있지만요. S&P500 지수는 어제까지 7월 16일 사상 최고치에서 8.5% 떨어졌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이러한 규모의 조정은 드문 일이 아니다. 1930년대 이후로 한 해 평균 5% 이상의 하락이 3번 발생했으며, 10% 이상의 하락은 평균적으로 매년 1회 발생했다. 또 2년에 한 번씩은 15% 규모의 조정이 생기며, 매 3~4년마다 20% 이상 하락이 발생한다. 그런데 작년 가을 이래 조정은 없었고, 사실상 늦었다. 우리는 변동성에 익숙해져야 한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7월~11월에 변동성지수(VIX)가 평균 25% 오른다. 다만 우리의 견해로는 완전한 약세장(즉, 20% 이상의 하락)은 가능성이 작습니다. 우리는 S&P500 연말 목표를 5400으로 재차 확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토마스 사로펙 크로스애셋 전략가는 아직 조정의 끝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바닥 신호의 역사를 보면 현재 '시장의 바닥'을 구성하는 요인들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을 시사한다"라는 겁니다. 그는 시장 바닥을 위한 구성 요소로 20일 이동평균선의 기울기, 시장 포지셔닝 및 투자 심리, 풋/콜옵션 비율이 고점을 기록한 것, 변동성지수(VIX)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으로서는 시장 하락을 매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명 투자자 마크 미네르비니는 "VIX가 어제 개장 시 60을 돌파하면서 매우 씁쓸한 분위기로 이번 주를 시작했다. 현재 시장은 과매도 상태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라. 이는 매우 위험한 불안정한 환경이다. 주 초의 매도에서 시장이 반등할 때 'Turnaround Tuesday'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회복이 바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단기 역추세 랠리는 기관투자자가 위험을 줄이는 지점이다. 말할 만한 매수 가능한 설정이 없다. 우리는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아직 바닥이 확립되지 않았고, 초기 반등 후 기관들이 과매도 랠리를 활용해 매도하면서 주요 지수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확신하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변동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고, 제 기준에서 매수 가능한 설정이 없다는 것이다. 조건이 개선될 때까지 현금을 유지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경제는 연착륙하면서 강세장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월가 컨센서스입니다.
UBS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며, 성장이 2% 추세보다 약간 낮게 바닥을 치고 인플레이션이 더욱 완화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0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단일 데이터 발표에 너무 많은 것을 읽는 것은 실수일 수 있다. 7월 고용보고서의 약점은 허리케인 베릴로 인해 더 심화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날씨로 인해 일할 수 없다고 보고한 사람의 수는 43만6000명으로, 2000년 이후 7월 평균 3만3000명보다 훨씬 많다.
② 실업률 증가율이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제안하는 삼의 법칙(Sahm rule)은 현 상황에서는 의심스러워 보인다.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 감소보다는 주로 노동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은 여전히 역사적 기준으로는 낮다.
③ 어닝시즌을 보면 기업 이익은 광고, 자동차, 산업 및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약간 침체했지만 마진은 견고하여 회사가 직원 감축을 시작할 이유가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 S&P500 기업은 2024년 주당순이익 11% 성장이 예상된다.
④ 소비자와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양호하다. 6월 소매 판매와 개인소비지출 데이터는 지출이 악화하지 않고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⑤ 서비스 부문은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미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에 51.4로 반등했다. 신규 주문이 급증했고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고용이 증가했다.
⑥ Fed는 경제와 시장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가지고 있다. Fed가 9월 50bp 인하로 완화 주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고, 올해 추가로 50bp를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⑦ AI 붐은 유지되고 있다. 최고 기술 회사들은 AI 인프라 지출이 높은 이익을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계속 밝히고 있다.
⑧ 중동 갈등 확대는 여전히 피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위험은 최근 몇 주 동안 증가했으며,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발사에 신중하게 대응했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⑨ 미국 대선은 변동성의 또 다른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면 긍정적이다.
⑩ 엔 캐리 트레이드는 대부분 해소됐다고 추정한다. 적어도 지난 월요일의 글로벌 투매로 이어진 통화 연계 고통 거래의 위험은 제한될 것이다.
UBS는 "단기적으로 시장은 변동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성장 우려는 궁극적으로 근거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S&P500 지수 목표를 연말 5900, 내년 6월 6200으로 유지한다. 연착륙 시나리오가 유지되는 한 10년물 수익률은 연말까지 3.5~4% 범위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