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사 전경. 사진=뉴스1
쿠팡 본사 전경. 사진=뉴스1
쿠팡이 올해 2분기(4~6월)에 처음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하면서다. 다만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년(8개 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추정치와 명품 의류 이커머스 업체 파페치 손실이 반영됐다.

매출 10조 돌파에도 적자전환 이유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이 7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2분기 매출은 73억2300만달러(10조357억원)였다. 전년 동기(7조6749억원) 대비 30% 늘어난 수치다. 쿠팡이 분기 기준으로 매출 10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 신기록에도 영업이익은 적자다. 쿠팡은 영업손실 2500만달러(342억원)로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1037억원)를 낸 후 8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냈다. 쿠팡은 올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내왔다. 쿠팡의 당기순손실은 1억500만달러(1438억원)를 기록했다.

쿠팡은 영업손실 이유로 공정위 과징금과 파페치 부진을 꼽았다. 쿠팡은 공정위가 부과할 과징금 1억2100만달러(약 1630억 원)를 영업 실적을 깎는 판매관리비 부문에 넣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페치와 관한 구조조정 비용, 한국 공정위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로 발생한 1억2100만달러(약 1630억원)의 과징금 추정치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제외하면 이번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억2400만달러(1699억원)였다고 회사 측은 부연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에게 제품 후기를 작성시키는 방식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특혜를 줬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의 위법 행위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7월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억여원을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쿠팡은 공정위가 업계의 정상적 관행을 불법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항변해왔다. 앞서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이런 디스플레이 전략까지 일률적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하면 기업 간 경쟁은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 많아"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쿠팡은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혁신과 투자 지속으로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미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는 오픈 마켓 사업인 마켓 플레이스 성과를 호평했다. 김 의장은 “마켓플레이스는 13분기 연속 1P(로켓배송 직매입)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며 “2020년 이후 9000개 넘는 소상공인(연매출 30억원 이하) 업체들이 소상공인 신분을 벗어나 사업을 크게 키우도록 도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오픈마켓 입점사들과 함께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성장사업 부문에서도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배달 사업과 관련해 김 창업자는 “와우 멤버십에 무료 배달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고객 유입이 꾸준히 상승 궤도를 달리고 있다”며 “쿠팡이츠 입점 식당들의 거래량이 3개월 만에 평균 3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이츠 성장에 입점업체도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사업, 쿠팡이츠, 파페치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 부문 매출액의 경우 8억9200만달러(1조2224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6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파페치 인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10조 '역대급 잭팟'에도 적자…쿠팡 '뜻밖의 상황' 벌어진 이유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쿠팡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활성고객 수는 217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의 이용자가 포함된다. 1인당 고객 매출액은 309달러(42만34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5% 늘었다고 쿠팡은 설명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액은 64억3100만달러(8조8132억원)으로 같은 기간 18% 늘어났다.

"재무건전성은 나아져"

적자를 보긴 했지만 전반적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나아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아난드 CFO는 “비즈니스의 근본적 성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는 매출 총이익”이라며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한 21억달러 이상의 매출 총이익과 29.3%의 이익률을 기록하며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12개월 누적 기준 영업 현금흐름은 22억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억5000만달러 늘었으며 잉여현금흐름도 15억달러 규모로 4억2000만달러 늘었다. 2분기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3600만달러(7조5867억원)으로 지난해 말(52억4300만달러) 대비 증가했다. 전체 현금 잔액(제한된 현금 포함)은 58억달러 규모다. 아난드 CFO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