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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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해 투자자들이 한숨을 돌렸지만 증권가에선 글로벌 주요 증시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살얼음판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폭락장의 주요 '원흉'으로 지목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3.3% 반등하며 2520선(2522.15) 위에서 마감했다. 폭락 장세가 하루 만에 다소 진정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이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본격화가 겹치면서 역사상 가장 큰 낙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번 폭락장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그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한 일본의 정책금리가 인상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 투자한 자산의 수익률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해 투자자가 주식 등 자산을 팔아 일본으로 투자금을 다시 회수한다는 뜻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31일 단기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미 중앙은행(Fed)가 9월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촉발됐다. 여기에 미국 경기 침체에 단초를 제공하는 경제지표들까지 발표되면서 우려를 키웠다.

통상 일본의 금리가 낮고, 투자국의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경기가 호황일 때 엔화 표시 기반 투자가 활발하지만 현재 국면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증시에서 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해외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한 금액은 순자산 기준 140억달러(약 19조원)에서 지난주 60억달러(8조2000억원)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단기간에 80억달러(11조여 원)를 청산했다는 얘기다.

실제 1990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캐리 트레이드에 쓰이고 있는 엔화는 총 20조달러(약 2경7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도이체방크는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 등을 토대로 추산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내 유입금액은 크지 않으나 위기 상황에서 엔캐리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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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마다 코스피 낙폭은 매우 컸다. 기간마다 코스피 고점 대비 낙폭은 1차(1998년) 때 38.9% 하락한 것을 비롯해 2차(2002년) 15.9%, 3차(2008년) 56.7%, 4차(2015~2016년) 10.9%, 5차(2020년) 35.7% 등이었다. 이 기간 중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5~94% 수준이었다.

국내 금융당국이 추산 중인 일본으로 환류 가능한 엔캐리 자금 규모(해외증권 투자·일본 내 은행지점의 본점 대여·엔화 선물 매도 포지션 포함)는 총 38조7000억엔(약 371조2878억원)이다. 다만 일본 자금의 국내 투자 규모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0.6%, 국내 채권시장 규모의 0.03% 정도다.

증권가에선 이 때문에 당장 엔화 환율에 주목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지표이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주요 투자국인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가 높아질 때 청산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달 초 엔·달러 환율은 161엔대였는데,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1엔대까지 떨어졌다.

미 Fed가 오는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엔화 강세를 더 부추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트 호건 B 라일리 웰스 수석전략가는 미 매체 악시오스에 "미국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만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끝날 때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계속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