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4./사진=폭스바겐코리아
ID.4./사진=폭스바겐코리아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판매에 빨간불이 켜지자 콧대 높은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들어갔다. 차량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낮추는 승부수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23일부터 다음달까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에 1368만원의 특별 프로모션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할인을 시작한 날짜 전에 계약한 기존 계약 대기 고객에게도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프로모션 할인에 전기차 보조금까지 더해진 ID.4의 실구매가는 3000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진다.

이 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ID.4 판매량은 355대로 올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던 3월(351대)보다 더 많았다.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본격 영향을 미치는 8월에는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푸조도 전기차 가격 할인에 돌입했다. 푸조는 지난달 중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e-208과 e-2008의 판매 가격을 각각 1310만원, 1400만원 할인하는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e-208 공식 판매 가격은 3890만~4190만원까지 낮아졌다. e-2008의 경우 3990만원이 됐다. 여기에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3000만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수입 전기차 구매가 가능해진다.

가격 인하 이후 e-2008은 판매가 늘었다. 절대적 판매 대수는 많지 않지만 전월 대비 416.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e-208은 지난달 판매량이 6월 대비 소폭 줄었는데 이는 재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GT 트림만 판매한 영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푸조 e-208 및 e-2008./사진=푸조
푸조 e-208 및 e-2008./사진=푸조
수입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대폭 할인해 3000만원대에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은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독주하는 테슬라를 견제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가를 낮춘 중국산 모델 Y를 국내 시장에 선보여 올해 누적(1~7월) 1만1664대를 판매했다. BMW 5시리즈에 이어 최다 판매 차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4월에는 더 저렴한 중국산 모델 3를 추가로 출시해 같은 기간 8081대를 팔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는 점도 수입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으로 번졌다.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은 보조금 적용시 2000만~3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4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금까지의 높은 가속도는 다소 둔화하겠지만 성장은 이어갈 것"이라며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에서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 캐즘 구간을 잘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